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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새로운 시민참여과학의 세상으로 나아가자 /이명현

일반인이 참여하는 '갤럭시주' 프로젝트… 쌍방향 과학연구의 좋은 모델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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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6-28 20:45:1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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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에 관측천문학자 허블은 생긴 모양을 바탕으로 은하를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등으로 구분하는 형태학적 은하분류법을 제안했다. 그 후 크고 작은 보완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현대적인 은하분류법도 허블의 형태학적 분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은하의 분류는 전통적으로 몇몇 숙련된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제한적이고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은하분류 결과에 대한 권위도 높았다. 은하 사진 자체를 얻기가 힘들었던 시절이었고 분류 작업에 참여한 천문학자들이 저마다 명성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은하분류 독점 상황은 1990년대까지도 이어져왔다. 그런데 관측기기가 발달함에 따라서 한 번 관측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은하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더 이상 늙은 몇몇 대가들의 손에 은하의 분류 작업을 맡겨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은하들은 이미 천문학자들이 일상적으로 들여다보고 감당할 수 있는 숫자를 훨씬 넘어서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천문학자들은 관측해 놓은 수많은 은하의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공개하고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은하를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인들의 참여를 통해서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1차적인 은하 분류 작업의 결과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007년 7월 천문학자들은 드디어 사이버 은하 분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갤럭시 주 (Galaxy Zoo)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고 100만 개에 이르는 은하 이미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이 사이트에 (www.galaxyzoo.org) 등록하면 누구나 천문학자가 돼 은하 분류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드디어 은하 분류 작업이 일반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 사건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동안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많은 결과들이 나왔고 천문학자들을 자극했다. 별을 좋아하고 록기타 연주를 즐기던 네덜란드의 젊은 여교사 하니 판 아르켈(Hanny van Arkel)은 이 사이트에서 은하 분류 작업에 참여하던 중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2007년 여름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녀는 IC2479이라는 이름의 은하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은하 근처에 녹색으로 밝게 빛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천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물론 이 정체불명의 천체를 본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천문학자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문의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발견한 이 천체에는 곧 '하니의 포르베르프(Hanny's Voorwerp)'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하니'라는 사람이 발견한 '물체'라는 싱거운 이름이다. 이어 '하니의 포르베르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최근의 전파관측 결과에 의하면 이 천체는 이온화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졌는데 그 크기는 일반적인 은하의 크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근처에 있는 나선은하 IC2479의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에 의해 뿜어져 나온 제트가 이 천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니 조만간 더 정확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관측 자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천문학자들의 비전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시민참여과학 프로젝트인 '갤럭시 주'는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천문학자들의 관측 자료를 일반인들이 1차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이 더 깊은 연구를 하는 참여와 나눔의 과학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쌍방향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기대가 큰 것은 명분과 당위로 가득한 구호뿐이었던 과거의 과학커뮤니케이션 선언과 달리 이 프로젝트는 현장에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실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늘 구호가 앞서는 우리 과학계가 귀감으로 삼을 만한 사건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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