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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투사하는 사회, 빈정대는 사회 /김철권

악성 댓글 달기는 열등의식의 결과물

내면의 목소리 듣고 침묵과 자기성찰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21 21:48:2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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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악성 댓글(이하 악플)을 다는 사람을 보면 정신의학적으로 두 가지 인격 성향이 떠오른다. 하나는 편집성 인격이고 다른 하나는 수동-공격성 인격이다. 물론 대놓고 저질스러운 욕을 하는 악플도 적지 않지만 그것만 가지고 반사회적 인격 성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는 편집성 인격과 수동-공격성 인격만 거론하고자 한다. 전자의 악플은 전형적으로 불신과 의심이고 후자의 악플은 빈정댐이다. 두 가지 모두 내면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이 깔려 있다.

편집성 인격(paranoid personality)의 핵심은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안테나를 세우고 경계하며, 조금이라도 그런 징조가 보이면 즉시 반격한다. 항상 불신과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보니 상대방의 중립적인 말이나 행동에도 나쁜 의도가 숨어있지 않은지 의심한다. 이런 사람들은 음모론을 잘 믿으며 자신을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를 가진 사람이나 기관에 맞서 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약자를 경멸하고 강자를 동경하는 경쟁적이고 권력지향적이다. 편집성 인격을 가진 사람은 조금의 손해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약점이나 실수가 발견되면 즉시 공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운다. 그럴듯한 어려운 사회적 명분을 내세워 상대방을 공격하고 또 사람들을 선동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주로 내면의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projection)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투사란 '무의식에 품고 있는 공격적인 생각이나 충동을 남의 것이라고 떠넘겨버리는 것'을 말한다. 다른 방어기제와 마찬가지로 무의식적 과정이기 때문에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다. 투사를 사용하는 사람은 남의 탓을 많이 하고 불평불만이 많다. 투사가 난무하는 사회는 아주 병든 사회다. 자신의 탓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남의 탓이라고만 생각하니 좋은 말이 오갈 리 만무하다. 투사는 투사를 하는 사람도 병들게 하지만 투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도 고통을 준다.

수동-공격성 인격(passive-aggressive personality)에는 내면의 공격성을 수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성격적 특성이 있다. 즉,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분노와 적개심의 표현으로 수동적으로 저항한다.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눈에 보이지 않게 훼방하고 고집을 피우며, 비능률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면서 늘 핑곗거리를 찾고,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린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며, 권위자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매사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며 삐딱한 태도를 취한다. 자신보다 운이 좋은 사람을 질투하고 분노하며, 자신은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누군가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편집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은 '왜 저 사람이 그런 큰돈을 기부했을까?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반면, 수동-공격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은 '돈이 많으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누군들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나, 돈이 없어서 못하지' 라거나 '정말로 기부를 하려면 사람들 모르게 해야지, 돈 많다고 자랑하나' 라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고 빈정댄다.

편집성 인격과 수동-공격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상대방에게 공손하고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과 세상과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문제든 당사자와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인터넷과 같은 익명성에 기대어 상대를 비판하거나 빈정댄다. 근거 없는 비난과 욕설, 빈정댐이 난무하는 인터넷의 댓글들은 모두 투사와 열등의식의 결과물들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장미를 건넨 손에는 장미의 향기가 남아있지만 악플을 다는 사람의 손에서는 오로지 악취가 풍길 뿐이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 말보다도 행동이 더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침묵과 자기 성찰이다. 인터넷에 댓글을 달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그것에 대한 댓글을 다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동아대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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