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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생들의 대학개혁론 /이지양

현장과 동떨어진 포장용 개혁보다 구성원의 절실한 목소리를 듣길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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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6-14 21:52:2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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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교육 관련 보도를 접하면 교육정책이 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사건이 발생하면 호들갑 보도를 하다가 아무 결론 없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시간강사 자살, 대학생 자퇴 선언, 학교 폭력, 초등생 성폭력, 이런 사건들이 되풀이되건만 대책은 늘 현실의 초점을 슬쩍 비켜 엉뚱한 개혁을 한다. 외국어고 폐지 여부,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설립, 대학자율화, 입학사정관제 같은 대입제도 개선, 무상급식 시행 같은 문제들 말이다. 기초적인 문제 해결이 절실한데 정작 그런 것은 외면하고 상층 일부, 하층 일부의 문제들을 가지고 정책을 세우는 것처럼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이다. 긁어서 피가 나는 곳 따로, 가려운 곳 따로인 상황이라고 할까.

대학개혁론도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학교 측의 개혁안이나 장래 비전이라고 하는 것도 교육 현장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포장용, 과시용 목표 제시가 대부분이다. 영어 강의, 국제적 대학, 입시제도 개선, 교수평가제, 학과 통폐합 이런 문제 말이다. 이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은 냉소하거나 무시해버리곤 한다. 그다지 절실하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절실하다.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몇 항목 간추려 들려주고 싶다.

▶요즘은 교환학생이나 자매학교와 복수 전공을 위해 많이 유학 가잖아요. 선진국 대학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대학다운 대학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요. 우리는 등록금 비싸게 받아서 건물 올리고 땅 사고 그러잖아요. 외국은 더 비싸게 받지만 교육서비스를 정말 수준 높게 해요. 콩나물시루 강의실이 없고, 대형 강의는 조교가 5~6명씩 와서 학습을 친절하게 도와주더군요. 강의당 정원 15명이 기본인데 우리는 60명이죠. 질문하려면 학우들 눈치 보이는데 무슨 토론이에요? 다 주입식이고 객관식이죠! 창의적 교육? 황당한 소리예요.

▶우리나라는 입학시험만 까다롭고, 천재 발굴하듯이 뽑아서는 상대평가한다고 달달달 볶아 경쟁 귀신을 만들어요. 그러니 가방끈이 길수록 남을 탓하는 재주는 귀신 뺨치고도 남아요. 외국은 절대평가를 하더군요. 배움의 모든 과정이 초보자가 강의를 통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공신력 있게 평가하더군요. 우리나라는 절대평가하면 학점 인플레, 상대평가 하면 학우 로또가 되어버리죠. 학우들 수준이 높으면 제 학점 낮고, 학우들 수준이 낮으면 저절로 제 학점이 높아지니까요.

▶얼마 전 기업 채용설명회에 참석했어요. 요즘 대학생들 스펙에 목숨 걸잖아요? 별 것을 다 준비한다고요. 학교는 적만 두고, 스펙에 필요한 것은 모두 학원에서 생돈 들여 따지요. 어느 대기업 채용설명회에 갔다가 무척 화가 났어요. 제가 영어 말하기 성적이 필요하냐, 어느 정도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기업 관계자가 S기업이 받으면 우리도 받을 테니 일단 준비하라고 그러더군요.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도, 맡길 일의 특성도 없이 일단 팔방미인을 뽑겠다는 식이죠. 한 번도 안 쓰는 기능을 잔뜩 내장시켜 가격만 엄청 높여놓은 휴대전화와 다르지 않아요.

▶기업에서 졸업예정자를 뽑아요. 그러면 4학년 2학기 강의는 들으나 마나죠. 양심적인 선생님들은 학점 주시기를 거부해요. 학생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학교는 왜 등록금을 받으며, 학생은 왜 안 배운 공부의 학점을 따야 하며, 기업은 왜 굳이 졸업예정자를 뽑나요? 졸업예정자 인턴사원 제도는 우리 현실에 하나도 맞지 않아요.
▶우리나라 교육은 중고 중등교육, 대학 고등교육, 사회 진출 후 실무교육 따로, 모두 따로 국밥이죠. 연계성이 전혀 없어요. 그런 낭비를 20년에 걸쳐서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입시제도나 교육 개혁 운운은 윗사람 몇몇이 혁신을 외치면서 남의 제도 베껴서 하루아침에 시행해버리잖아요? 입학사정관 제도 같은 것도 그런 거죠. 그뿐인가요? 학문 특성도 고려 안 해요. 학교도 대기업 경영식으로 하잖아요. 우리나라 모든 기관과 단체가 오직 대기업화만을 이상으로 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학교예요?

이 절절한 목소리들을 대체 누가 듣는가? 알기나 할까?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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