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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청년세대에 대한 부채감 /박무성

금융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공평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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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승부'의 안철수(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전국 지방 대학을 돌면서 '강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광주 조선대, 4월 인천대에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경성대에서 '미래에 대한 도전과 바람직한 리더십'을 주제로 부산지역 대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강연은 박 원장이 묻고 안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경성대 강연에서 강당 내 600개 좌석은 물론 서 있을 공간도 없이 빼곡히 찼고, 입장을 못한 사람들은 바깥에서 스피커로 강연을 들었다. 두 사람은 대도시를 다 돌고 나면 중소도시, 그리고 더 구석진 곳으로 찾아다닐 작정이라고 한다. 이름하여 '안철수 박경철의 지방 기 살리기 프로젝트'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지방 대학생들을 찾아 나선 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부채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도움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기회를 균등하게 달라'는 요구조차 거부당하는 청년세대에게 기성세대로서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단다.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한때 관공서 외벽에 흔하게 나붙어 있던 표어 중 하나다. 얼마나 요령이 판쳤던 세상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서글픈 구호였지만, 그나마 시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임에 분명했다. 게으르지 않고 노력하면 그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땀 흘리면 대개 성공이 보장되던 시대였다. 하지만 요즘 10, 20대들에게도 '노력한 만큼 성취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는 간과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융화될 수 없는 단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답답하다. 중·고교 시절 적당히 공부하고, 그럭저럭 대학 나와도 괜찮은 회사에 취직해서 가정을 꾸린 40, 50대들 눈엔 자식들이 도무지 성에 차질 않는 것 같다. 청년세대는 갑갑하다. 초·중학생 때부터 밤잠 설쳐가며 공부에 매달렸지만 성공은커녕 취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부모들은 낡은 성공방식을 강요한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구분 짓게 만든 건 당사자들이 아니라 세상이 변한 탓일 테다. 기성세대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자랐고, 청년세대는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자본주의는 '투입이 곧 산출'이라는 공식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남들보다 노력하는 만큼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경제적 성취도 이룰 수 있었던 '개미와 배짱이'의 세계였다. 하지만 금융자본주의에서는 노력과 성취가 반드시 등식을 이루지는 않는다.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대박과 쪽박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흥부와 놀부'의 세계다. 개미 같은 성취보다 흥부 같은 성공이 지배하는 방식은 갈수록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5일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다름 아닌 금융자본주의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통제 가능한 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뜩이나 복잡한 금융 문제에 재정건정성 강화, 은행세 도입 등등 어려운 용어들이 잔뜩 등장해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일처럼 지나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논의된 주제들이 장차 우리들 경제적 삶의 방식을 강제하는 질서로 자리 잡을 것이다. 1944년 7월, 44개국 대표들이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전후 경제질서의 가닥을 잡은 것이 20세기 후반기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줄곧 지배했던 것처럼 말이다.

안 교수는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라.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고 청년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부채감은 시대정신과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그런 의식을 갖고 살 필요는 없겠다. 그렇다고 눈을 크게 뜨고 더 분발하라는 당부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격려의 전부는 아니다. 청년세대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는 세상을 열어주지는 못할망정 미래를 지배하게 될 거대한 힘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우리는 너무 무심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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