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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령화, 우리들의 문제 /조현

2030년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늙은 국가

지엽적인 정책보다 근본문제 고민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8 20:41: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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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등의 산업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스포츠, 예술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분야들도 있다. 고령화율, 자살률, 저출산율 등이 그것이며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달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추계에 의하면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제일 빨라 2030년에는 노인 비율 24.3%로 주요 20개국 가운데 일본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4위가 된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현재의 OECD 회원국 중 가장 어렸던 우리나라가 불과 60년 만에 가장 늙은 국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UN은 한 국가의 총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4% 미만인 국가를 유년인구국, 4~7% 국가를 성년인구국, 7% 이상 국가를 노년인구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노년인구국은 다시 총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국가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인 국가를 고령사회, 20% 이상인 국가를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고령화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우려되는 문제는 고령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이다. 매년 고령화, 저출산율 등에 대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방송과 신문은 요란스럽다. 관련 통계와 그래프를 동원하고 전문가 해설을 붙인다. 원인은 수명 연장과 저출산이며 대책으로는 출산장려와 노인 일자리 늘리기 등이라는 상식적이고 모범적인 보도를 되풀이한다. 이런 깜짝쇼는 하루면 충분하다. 그리고는 잊는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고령화 사회'라는 말을 들으면 병약하고 가난하며 남루한 노인들로 넘쳐나는 사회를 연상한다. 그리고 시쳇말로 노인들을 '사회의 루저(패배자)'라고 생각하며 TV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조손 가정이나 홀로사는 노인들, 아니면 '경로당에서 젊음을 유지하시는 우리 어르신네'들을 떠올린다. 한마디로 고령화 사회라는 말은 노인이라는 말과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로 채색되어 다가온다. 물론 2030년에 자신이 몇 살이 될 것인가는 웬만한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나'도 힘든 판에 '20년 후의 나'를 생각할 여유도 흥미도 없다.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내일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으며 현재 복지부 산하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저출산·고령사회의 정책 및 기본계획의 조정 및 평가 등을 심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접근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한 분야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으며 모든 섹터가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즉, 장기적인 로드맵을 작성한 후 경제발전의 전략, 국토개발, 교육, 산업구조의 개편 등 모든 분야를 유기적이고 총체적으로 연결해 고령화에 대비한 적절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고령화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세계이며 가정과 사회조직, 산업 구조, 윤리의식 등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또한 고령화 정책은 성장기 정책과는 달리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배분에 중점을 두게 되므로 근본적으로 국민의 인기를 끌기 어려운 정책이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매우 무능한 군주였다. 그는 프랑스의 재정파탄과 왕권약화를 초래해 18세기 후반 대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인 그가 어느 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은 (프랑스 왕정이) 그런대로 되어갈 것이다. 내가 죽은 후에야 대홍수가 나건 말건 내 알 바 아니잖은가."

혹시 고령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이와 같은 것은 아닌지,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위정자들의 인식과 책임의식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라는 기관은 영속성을 가지며 국민과 역사에 무한 책임을 진다. 정부는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인기를 끌 수 있는 지엽적 정책의 제시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슈로 공론화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또 국민들도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그 대책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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