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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민주주의 없이는 빵도 없다 /장희창

우리 지배권력은 파시즘 문턱에 있다…시민이 견제의 눈을 부릅떠야 할 때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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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6-03 00:18:16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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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권력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코앞의 영해에서 벌어진 천안함 침몰사건을 둘러싼 진실과 허위의 공방, 4대 강 사업이 초래한 국론 분열 등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안간힘을 다해 이루어놓은 민주주의적 질서와 가치가 능멸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왜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었는가? 통제되지 않은 자본과 권력과 수구언론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합법의 가면마저 벗어던지고 폭력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국지적 상황에 따라 변수들이야 있겠지만 자본과 권력의 야합이 파시스트 체제를 초래한다는 것은 역사의 상식이다.

조지 오웰의 유명한 작품 '동물농장'은 집단 패권주의 권력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적 질서와 가치를 내세우고 등장한 정치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폭력집단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거짓말하고 속이고 환상을 강요하고 비판 세력을 숙청하고 저항을 무자비하게 분쇄함으로써 선량한 시민들이 차츰차츰 파시스트 권력의 노예로 전락해가는 과정은 곧 다가올 우리 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파시스트 체제의 전략은 무엇보다도 선량한 소시민들의 눈을 멀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먹여주겠다!"는 히틀러의 선동적인 구호에 민주적인 바이마르 헌법을 자랑하던 독일 시민사회의 이성이 순식간에 눈멀어 버린 것은 역사의 비극이었다. 누가 무어라 해도 히틀러 정권은 합법적으로 탄생했던 것이다. 경제 논리 앞에 모든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파묻어버린 사회가 파국을 향해 내달리게 된다는 것 또한 역사의 교훈이다. 파시즘은 빵이 아니라 전쟁을 먹여주었던 것이다. 오늘의 역사학자들은 히틀러의 '정권 장악'이 아니라 히틀러에게 '정권을 이양함'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히틀러보다는 그 체제를 초래한 독일 시민사회에 책임을 묻고 있다. 남 탓하지 말라는 소리다.

독일 사회가 물신숭배에 눈 멀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서 주인공인 오스카가 끊임없이 북을 두드리는 것도 시민 하나하나가 깨어 있지 않으면 모두 파시스트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는 걸 얘기하려는 것이다. 오스카가 쇳소리로 유리를 깨는 장면도 2차 대전 후 조금 잘살게 됐다고 라인강의 기적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과거는 까마득하게 잊고 마는 독일 시민사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다. "진주 목걸이는 인간의 목보다 오래가며, 손목은 야위어도 팔찌는 야위지 않는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 의식이 파시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199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국민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눈먼 자들의 도시'도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야말로 파시스트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전하는 작품이다. 모든 시민의 눈이 멀고 말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깨어 있었고, 그 한 사람이 눈먼 사람들을 인도하여, 마찬가지로 눈먼 폭력집단에 저항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다시 깨어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1984'도 전체주의 사회에서 깨어 있는 단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이렇다. 우리 모두는 깨어 있는 그 한 명의 길로 가야 한다.

정치 지형을 결정할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폭력집단으로 변해버린 세력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 사회가 어떤 어둠 속으로 빠져들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동물농장'과 '눈먼 자들의 도시'가 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옥을 물려줄 수는 없다. 거짓과 욕망의 바벨탑은 무너져야 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국가는 끝없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것은 영토 정복이나 방어가 아니라 지배집단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현 집권 세력이 전쟁의 공포를 이용해서라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한 사실과 비교해봐도 '1984'의 메시지는 통렬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파시스트 체제의 문턱에 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삶의 터전이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될지, 눈뜬 자들의 도시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동의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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