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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남극 세종기지 /장순근

남극의 겨울은 찬란한 태양과 겨울 기쁨 즐기는 귀중한 시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31 21:04:2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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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완연한 초여름으로 들어섰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일찍 온다. 이제 얼마 있으면 제대로 된 여름이 될 것이다. 반면 지금 남극 세종기지는 겨울에 들어섰다.

세종기지의 3월과 4월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라 흐리고 바람이 불어 날씨가 나쁘다. 이때가 달력으로는 남반구의 가을이겠지만 가을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3월 하순 들어 영하로 떨어진 기온은 4월 중∼하순에 들어서면 기온이 더 낮아져 방수복에 튄 바닷물은 흘러내리지 않고 구명복에 곧장 얼어붙는다. 그런 것을 보면 "아! 겨울이 눈앞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낮이 많이 짧아져 오후 5시만 되어도 캄캄하다. 4월 들어서면 해안에서도 조용한 부분은 부옇게 되면서 걸쭉해지기 시작한다.

바닷가에서도 겨울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밀물에 해안으로 밀려온 얼음덩어리들이 썰물에 쓸려나가지 않고 해안에 남아 얼어붙어 겨울이 왔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그런 얼음덩어리들은 점점 많아지고 얼음덩어리 사이가 얼어붙고 눈이라도 오면 해안에는 울퉁불퉁한 둑이 생긴다.

그때쯤 바닷가는 앵커 아이스가 생긴다. 앵커 아이스란 썰물에 공기 중에 나타난 조간대 바닥의 물이 얼어 생긴 얼음을 말한다. 이 얼음은 밀물이 들어와도 녹지 않아 바닷가의 바닥을 허옇거나 시퍼렇게 만든다. 물이 빠질 때마다 앵커 아이스가 생기고, 시간이 갈수록 앵커 아이스는 넓어져 세종기지의 서쪽 세종곶에서는 100m 정도 계속된다. 해안이 완만해 조간대가 넓기 때문이다.

기지 부근에서 서식하는 새들도 겨울이 오는 신호를 보낸다. 검은 색깔의 새는 사라지고 하얀 색깔의 새들이 나타난다. 곧 기지부근에서 부화하는 펭귄 두 종 중에서 턱끈펭귄은 4월이 끝나기 전에 몽땅 북쪽으로 올라간다. 턱끈펭귄은 북쪽으로 1600km 정도 떨어진 샌드위치군도의 서쪽바다에서 겨울을 보낸다. 반면 다른 한 종인 젠투펭귄은 200km 정도 떨어진 남극반도의 끝으로 간다. 그래서인지 이 펭귄은 한겨울에도 기지 부근에서 볼 수 있다. 또 펭귄의 알이나 새끼를 잡아먹고 사는 흑갈색의 도둑갈매기도 일찌감치 없어진다. 우리의 제비와 비슷한 윌슨 스톰페트렐과 알록달록한 핀타도 페트렐도 사라지고 연회색의 남극 제비갈매기도 적어진다. 대신 눈처럼 하얀 눈페트렐과 남극 비둘기가 나타난다. 식물들은 눈에 덮여 생장을 멈춘다.

남극에 겨울이 오면 세종기지에도 변화가 생긴다. 먼저 2월경이 되면 녹을 만한 눈은 다 녹아내려 눈이 녹은 물은 현대소로 흘러들지 않는다. 현대소란 세종기지를 지은 현대그룹을 기념하는 한 변이 20m가 조금 넘고 깊이가 2m 정도인 인공못이다. 3월 하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현대소의 수면은 얼어붙고 물을 뽑아 쓰면서 수면은 조금씩 내려간다. 그러다 어쩌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비라도 오면 수면은 다시 높아진다. 그러나 비가 그치면 금세 낮아진다. 바로 상당량의 물이 소의 바닥 아래로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서 자연호수인 세종호가 얼면 스케이트를 타거나 얼음축구를 한다. 미끄러운 얼음에서 하는 축구는 아슬아슬하지만 재미있다. 또 여름에도 가끔 불지만 겨울 들어 자주 오래 불기 시작하는 눈보라가 기대된다. 바로 눈보라가 남극을 남극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눈 앞 20∼30m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40∼50시간 불면, 그동안은 꼼짝 없이 건물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 그래도 눈보라가 그친 다음 날 아침은 어김없이 찬란한 태양이 나타날 것이고 눈이 많이 쌓이면 스키를 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이 찬란하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태양을 언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기지는 바닷가에 있어, 흐린 날이 대부분이라 태양을 보기 아주 힘들다. 그만큼 세종기지의 태양은 소중하다. 또 찬란하고 아름답다.

남극 세종기지의 겨울은 어렵고 고생스러운 시기가 아니다. 남극을 남극답게 만들고 겨울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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