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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쟁의 미학과 6·2 지방선거 /차재권

선거에서만큼은 경쟁이 아름답다

일당독점의 결과는 주민의 고통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30 20:56:2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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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는 경제주체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바탕한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논리는 정치영역의 논리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정치영역 또한 정치세력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전제된다. 선거는 이런 점에서 공정한 정치적 경쟁의 장을 제공한다. 이념과 견해를 달리하는 정치세력들이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자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공정한 경쟁은 경제나 정치 영역 모두에서 법률로 보장된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은 경제영역에서의 경쟁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정치영역에서는 공직선거법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평등주의자들의 이런저런 불평에도 불구하고 정치든 경제든 경쟁은 나름의 미학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미학'이란 단어를 '경쟁'에 가져다 붙이는 것 자체를 불쾌해할는지 모른다. '절제의 미학', '느림의 미학'은 들어보았어도 '경쟁의 미학'은 생경하지 않으냐고. 그들의 이유 있는 불평에 굳이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다.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사회에서 '경쟁'은 왠지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에 내몰린 수험생들이 겪고 있는 강요된 '경쟁'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청년실업에 허리가 휘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강요된 또 다른 '경쟁'도 결코 덜하지 않은 고통이다.

하지만 '경쟁'도 '경쟁' 나름이다. 어떤 '경쟁'은 그 자체로 필요하고도 아름다울 수 있다. '경쟁'의 부재가 '고통'을 낳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사라진 독과점의 시장에서 고통은 가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우리의 허리를 휘게 한다. 지역주의의 폐해로 인해 '경쟁'이 사라진 영호남의 지방정치는 일당독점의 공고한 지방권력이 전횡하게 된다. 그 결과는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경제와 그에 깃들어 사는 곤궁한 시민들의 삶이다. 그래서 지역주의의 병마와 싸우고 있는 광주와 부산은 더하고 뺄 것 없는 닮은 꼴 도시라고들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는 이런 민주주의의 원론적 이해방식과는 사뭇 차이가 있어 보인다.

2006년 5월 31일에 치러졌던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경쟁이 배제된 선거 결과의 전형을 보여준다. 선거는 16곳의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12곳, 230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155곳에서 승리를 챙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가 강하게 드러난 영호남지역의 선거 결과는 더 심각했다. 부산의 경우 246명의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원 중 약 87%에 이르는 21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비례의석을 포함한 19개 시의회 의석이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채워졌다. 광주는 물론 전남·북을 통틀어 광역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낼 수 없었다. 경쟁의 미학이 작동할 기제는 눈을 씻고 찾아 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참담한 결과였다.
이번 6·2 지방선거는 4년 전의 5·31지방선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쟁이 복원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경남을 제외한 영호남지역의 일당독점은 크게 흔들릴 기미가 없다. 그래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번 지방선거도 예년의 지방선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처럼 되풀이되는 지역주의 선거풍토는 '경쟁'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또 다른 고통의 4년과 영호남지역 시민 일반의 곤궁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치에서의 경쟁을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국가적, 시민적 차원에서 펼쳐질 필요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경쟁을 조성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정치적 경쟁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 지금껏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제도의 백화점'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다양하게 제도 개선을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당독점 지역에서의 선거경쟁은 제도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경쟁의 복원 임무는 대부분 정치적 소비자인 유권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 스스로가 경쟁의 미학을 깨우쳐서 건전한 선거경쟁의 풍토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소중한 한 표를 지혜롭게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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