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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월드컵, 그리고 남북관계 /염창현

남북이 함께 출전한 월드컵… 이왕이면 사이좋게 좋은 성적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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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7회 연속 본선 진출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에 올랐던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그 때의 영광재현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월드컵은 매 대회마다 풍성한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낸다. 범위를 우리 주변으로 한정시켜본다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재등장한 북한이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때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8강에 올랐던 북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화려했던 시절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장기 해외 전지훈련을 강행하는 것도 북한 당국이 축구팀에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한국 팬들에게는 북한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심거리다.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경기를 치르는 불운(?) 탓에 '죽음의 조'라 불리는 G조에서 북한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얼마만큼 그들이 선전해줄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원칙상 정치와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가 두부 자르듯이 정확하게 나눠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당장 북한만 해도 월드컵을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할 것은 뻔하다.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와 북한전 생중계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십 년 만에 월드컵 그라운드를 다시 밟은 자국팀의 모습을 안방에서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뜻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16강에라도 진출하게 되면 주민결속의 강력한 무기가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면 가운데 하나다.

우리도 북한의 경기를 보는 처지가 조금 묘하게 됐다. 극한의 대결구도가 형성된 지금의 남북관계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측에서 강력한 대북제재를 천명한 이후 북한이 이에 맞서 전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양식 있는 국민들이 정치적인 사안과 스포츠를 구분하지 못할리야 없겠지만 일부에서는 북한팀 자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월드컵과 남북관계는 미묘한 구석이 많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대회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제2차 연평해전이 터져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됐고, 공교롭게도 8년 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군사적 긴장과는 관계가 멀지만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아시아 예선 당시에는 북한의 막강한 전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우리 팀이 아예 예선경기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치열한 체제싸움을 하고 있던 시절이라 섣불리 북한과 맞붙었다가 패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국민들의 충격을 걱정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남북 대표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간에는 별다른 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26일 새벽 오스트리아에서 그리스와 평가전을 가진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함으로써 그리스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그리스와 어떻게 경기하라고 결론을 내려줄 수 없지만 자기 팀의 방식에 맞게, 능력을 실현할 길을 잘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 미드필더 안영학은 지난 24일 한국이 일본을 2-0으로 꺾었다는 말을 듣고는 "아주 좋은 소식이다. 우리 민족은 정신력이 강하다"며 함께 기뻐해줬다. 몇몇 선수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을 잘 알고 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한국팀 역시 해외에서 북한팀을 만나면 살갑게 대한다.

온 국민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마음으로 원하는 바는 태극전사들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자면 북한 역시 세계 축구계가 깜짝 놀랄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출전한 월드컵, 이왕이면 사이좋게 나란히 본선 조별 리그를 통과하는 쾌거도 꿈꿔볼 만하다. 누가 아는가. 이를 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봄바람에 눈 녹듯 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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