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달 7일 경선을 치르지 않고 허남식 시장을 6·2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할 때만 해도 이번 시장 선거는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김정길, 김민석이라는 두 명의 후보가 나섰음에도 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후보 선정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후보 간 갈등을 빚으면서 당내 분열을 초래했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9일 우여곡절 끝에 결국 15년 만에 부산시장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고, 경선은 야당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경선이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행사장인 벡스코에는 대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열성 당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껏 잠자고 있던 야당의 저력이 조금씩 깨어나는 듯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경선 후보로 나선 김정길, 김민석 두 후보가 연설을 통해 "부산에서 한나라당의 독점구조를 반드시 깨자"라고 하자 행사장에 모인 1000여 명의 당원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경선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부산에서 유세했을 때도 이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경선은 당원들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 경선은 성대하고 완벽한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아름다운 경선'을 이뤄내며 야당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민주당은 우선 경선 과정에서 표출된 당내 분열 양상을 조속히 봉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 측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본선에서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세력이라 자부하는 야당들이 얼마만큼의 단합을 이뤄내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