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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진실과 사실의 굴레 /정찬주

내 잘못·한계 느낀 법정스님 전기소설, 사실관계 바로잡아 상심 치유 나서겠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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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5-07 20:53:5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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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핀 황매화와 철쭉꽃을 꺾어 방 안의 화병에 꽂아놓으니 방이 한결 밝아진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에도 꽃의 미소가 전해진다. 법정스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을 발간하고 나서 한 닷새 동안 드러누워 꼼짝을 못했는데, 온몸이 쑤시고 목이 부어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전기소설을 쓰고 나면 꼭 그 후유증 때문에 더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일반소설과 달리 사실관계의 오류가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취재를 잘하여 집필한다 해도 한계가 있고, 아쉬움이 크게 남곤 한다. 책이 발간되고 난 후의 언론 보도도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가 많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 대한 신문의 첫 보도는 내가 전화 인터뷰에 응한 내용과는 무게 중심이 다르게 보도가 됐다. 그것이 구독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마음은 지금도 답답하고 무겁다. 문제는 한 신문이 그렇게 보도하고 나니 다른 신문도 보도 방향을 그렇게 잡고 나섰다. 나는 '오'하고 소리를 냈는데 신문에서는 '아' 소리가 돼버린 느낌이다.

법정스님의 여동생에 대한 첫 보도가 특히 그랬다. 나는 기자가 "속가에 여동생이 있다면서요?" 하고 묻자, 그 질문에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90% 정도는 수행자로서 스님의 참모습을 알리기에 성심껏 응했는데, 결과는 본말이 전도되어 보도가 됐던 것이다. 물론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스님께서 자유롭게 정진하시는 모습을 더 많이 소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속가 여동생에 대한 부문은 소설에서는 아주 짧게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스님께서 여동생에 관해서 직접 얘기하시기로는 내가 불일암에서 "스님께서도 탁발해보셨습니까?" 하고 묻자, 스님께서 "쌍계사 탑전 시절에 딱 한 번 해봤는데 마을 첫 집에서 속가 여동생 또래가 있어 못하고 나왔지" 라는 한 말씀뿐이었다. 그리고 스님과 인연이 깊은 어느 스님으로부터 "60대의 여동생이 있다"라는 증언을 들었고, 오누이가 등장하는 영화 '서편제'를 나와 함께 볼 때 스님께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고 얘기한 것이 전부였다.

허물은 취재의 한계 때문에 날마다 불안에 시달려야 했던 나에게도 있다. 이번에도 속가 친척으로부터 항의 편지가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내가 잘못하여 스님의 사촌 속가 분들에게 누를 끼치고 있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취재가 미흡하여 그랬으니 변명할 수도 없다. 속가 작은아버지가 어려운 형편에도 자발적으로 당신 자식은 가르치지 못하면서도 스님을 대학 3학년까지 보내주었는데, 내 소설에서는 속가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보내준 것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께서 어느 날 나에게 "목포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납부금을 내지 못하여 우수영으로 내려가 운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글을 쓸 운명이었나 보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 소설가적인 상상력으로 유추하여 서술하였던 것인데, 사촌동생의 편지를 받고 보니 전혀 다른 것이다. 사촌동생분은 항의 편지에 법정스님으로부터 받은 편지사본도 동봉해 나의 잘못을 질타했다. 사촌동생에게 보낸 법정스님의 편지 내용 가운데 한 부분은 이렇다.
'이 세상에서 내게 가장 은혜로운 분은 작은아버지시다. 나를 교육시켜 눈을 띄워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할머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오늘은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 이 일 저 일 생각하니 내가 진 빚이 한량이 없구나. 불효하기 그지없구나.'(중략)

스님의 이러한 편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데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즉시 작은아버지에 관해서 잘못 서술한 부분을 뜯어고칠 것이다. 그것만이 조금이라도 작은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속가 사촌 분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고, 나로 인한 소설 독자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길이라고 믿기에 그렇다. 전기소설에 있어서 문장이나 구성보다도 사실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지금 나를 위로하는 것이 화병에 꽂힌 황매화와 철쭉꽃뿐이라고 생각하니 참담할 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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