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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19 혁명 50돌, 그 역사적 의미 /이만열

민중에 의한 최초의 성공적인 혁명

민주주의 되찾은 잊을 수 없는 역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4-19 21:18: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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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단위로 사건을 회고해 볼 때 올해는 한국사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들이 많은 해다. 멀리 '강제합병 100년'은 말할 것도 없고, 해방 후의 현대사만 하더라도 6·25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노동계의 전태일 분신사건 4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한·소 수교 20주년 그리고 6·15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 가운데 4·19혁명은 한국의 민주화와 민족주의 및 산업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기에 그 역사적 의미를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4·19혁명은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지만 그 원인은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축적해 온 정치·경제적 부패와 민족적 모순에 있었다. 독립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할 과제가 식민지세력의 청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48년 집권한 이승만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빙자하여 부일배들을 옹호, 등용하였다. 이어 자유당은 1960년 이승만의 4선을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각종 불법 탈법에 항거하여 2월말에 일어난 대구 시위를 필두로 '3·15부정선거'를 규탄하여 일으킨 마산의거는 드디어 4·19혁명으로 비화, 한국 최초로 민중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하게 되었다.

4·19혁명은 한국 역사상 대단히 큰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4·19혁명은 '백성의 나라'(민국)로 시작된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기사회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집권 자유당은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백성의 투표권을 빼앗는 것은 물론 각종 부정한 방법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 자체를 요식화하고 우롱하여 민주주의는 형해만 남게 되었다. 4월의 젊은이들은 사력을 다해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되찾은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창의성을 발휘하는 토대를 만들었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각종 민주적 기틀을 재조성해 나갔다.

흔히 2차대전 후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을 꼽는다. 민주화와 산업화는 동시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우선순위를 거론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그러나 굳이 우선순위를 말해야 한다면 민주화의 역량 위에서 산업화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회의 민주화는 사회 전체의 인적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보라, 아무리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의미하는 민주적 역량이 살아 있지 않다면 산업화는 불가능하다. 사회구성원의 자발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체제란 민주주의밖에 없다. 자유와 평등, 인간의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는 산업화에 우선하고, 산업화는 사회구성원의 자유와 창의성을 기초로 탁월한 리더십이 수반될 때에 가능하였다. 때문에 4·19혁명으로 확립되어 간 민주적 역량이 산업화를 재래했던 것이라고 믿는다.

4·19혁명은 한국의 민족주의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민족통일운동과 각종 국학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6·25전쟁을 통해 남북은 극단적인 대결상태로 들어갔고 통일 논의 자체가 가능하지 않았다. 남측에서는 멸공·북진 통일을 말하고 북측에서는 공산혁명과 적화 통일을 기껏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4·19는 당시 거의 금기시되었던 평화통일론을 대담하게 내세우게 되었다. 종래 타도의 대상이었던 북을 대화의 대상으로 삼아 통일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북을 포용하는 새로운 민족주의를 가능하게 했다. 이 새로운 사조는 민족주의 사학자 신채호나 박은식을 우리 앞에 세웠고, 민속 국악 풍물 등 전통문화를 새롭게 부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4·19는 민족문화를 가능하게 한 혁명적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4·19를 통해 민중의 역사변혁적 역량을 자부하게 되었다. 그 뒤 군사독재의 유신정권과 파쇼적인 신군부세력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4·19에서 그 가능성을 경험한 민주적 역량 때문이었다. 이것은 또한 미래에 어떤 반민주적 세력에 대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 역사에 각인시켜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4·19는 과거 속에 존재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끊임없이 혁명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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