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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남극 대륙기지에 거는 기대 /장순근

남극 대륙연구는 현지에서만 가능

미래위한 투자에 전폭적 지원 필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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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4-19 21:17:5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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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극지연구를 주관하는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7일 남극대륙기지의 후보지로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 노바만(남위 74°37′, 동경 164°14′)을 확정했다. 지면이 평탄하고 넓고 해안은 바지선이 닿을 수 있어 물자를 내려놓기에 좋은 곳이라는 게 그곳을 후보지로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옳은 말이다. 새로운 곳에 기지를 세우려면 우선 쉽게 올라갈 수 있어야 하고 물자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남극대륙은 생각처럼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해안의 대부분이 빙벽이고 암벽이고 빙붕이고 그나마 상당 기간 해빙이 둘러싸 쇄빙선으로도 가까이 가기 쉽지 않다. 빙붕은 대륙에 연결된 두께 300~900m의 두꺼운 얼음판을 말하며 해빙은 바다가 언 얼음으로 두께는 1m가 넘는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서는 바람과 안개와 얼음과 파도 때문에 가까이 간다는 게 대단히 어렵다.

왜 남극대륙에 기지를 지어야하는가? 세종기지로는 부족한가? 남극대륙에 기지를 짓는 것은 남극대륙자체를 연구하려 함이다. 남극대륙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는 먼저 남극대륙 자체의 대기와 빙설과 지질과 지구물리 분야이다. 이런 연구는 남극대륙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연구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관측치를 구하기 힘들다. 아무리 공동연구니 국제협조니 해도 한계가 있다. 예컨대, 칠레는 얼음굴착시료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만 할애한다. 우리 학자가 조금만 달라고 애걸(?)해도 못 들은 척한다.

세종기지는 잘 알다시피 남쉐틀란드군도 킹조지섬에 있다. 이 군도는 남극반도의 북쪽에 있어 자연환경이 남극대륙과는 크게 달라, 대륙성 남극이 아니라 해양성 남극이다. 그러므로 일대의 남빙양 연구에는 좋은 곳이다. 또 지구온난화 현상이 남극반도에서 뚜렷하므로 그 현상을 연구하기에는 적합하다. 그러나 남극대륙이 평균 두께 2160m의 얼음으로 덮인 한반도의 62배, 중국의 1.4 배나 되는 거대한 대륙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다. 남극대륙이 금정산 남쪽을 중심으로 한 부산광역시라면, 세종기지는 오륙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극대륙 자체의 빙원과 고층대기를 연구하려면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남극대륙을 비롯한 지구의 기후역사책이나 다름없는 빙원과 대륙지질과 21세기 우주의 시대에 걸맞는 고층대기를 연구하려면 남극대륙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남극의 얼음은 물이 언 얼음이 아니라 눈이 다져진 얼음으로, 얼음 속에는 눈이 내릴 당시의 공기가 갇혀 있다. 그 공기를 분석하면 눈이 내릴 당시의 기온과 높이를 알 수 있다. 그만큼 남극의 얼음은 중요한 연구자료이다. 예를 들면, 지금으로부터 1만8000년 전 마지막 최대빙하기에는 기온이 지금보다 8℃ 정도 낮았으며 바다가 120m 정도 낮았다. 따라서 황해가 없었고 제주도가 섬이 아니어서 걸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1만1500년 전에 기온이 올라가 오늘날처럼 되었다.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나라는 2014년 남극대륙에 제2기지를 짓게 된다. 그러면 작년 말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와 함께 우리나라는 남극연구의 새 장을 열 수 있다. 또 "남극의 한국, 세계의 평화"라는 세종기지 준공에 담긴 뜻을 남극대륙에서 펼치게 된다. 또 일본, 인도,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 있는 국가로 남극대륙에 진출하게 된다. 현재 남극에 상주기지를 가진 20개국 가운데 대륙에 기지가 없는 나라는 5개국뿐이다. 상주기지란 사람이 연중 체류하는 기지를 말한다.

남극연구는 단순한 과학연구가 아니다. 미래를 내다볼 통찰력과 미래에 투자할 능력이 있는 나라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선택받은 연구이고 보람 있는 활동이다. 남극과 남극연구에 대한 강렬한 염원과 능력이 없으면, 황제펭귄과 해표들만이 가끔 보이고 옥색빙산과 하얀 해빙으로 덮인 바다에 갈 수 없다. 이제 그 단계를 넘어 얼음으로 덮인 남극대륙에 연구기지를 짓는다는 것은 그 국가의 대단한 능력이고 학자들에게는 기회이고 후손들에게는 조상의 소중한 유산이며 인류에게는 가치 있는 이바지이다. 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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