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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작은 정부'라는 거짓말 /박희봉

다시 몸집 키우는 이명박 정부 재정적자 눈덩이… 효율성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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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최근 변화조짐을 보였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국가R&D전략기획단장에 임명하더니 곧이어 전직 정보통신부 장·차관들로 이뤄진 'IT 정책자문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얼핏 보아 무슨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는가 싶다. 하나, 실상을 뜯어보면 예전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일부 되살린 데 불과하다. 진대제 장관을 대체한 황창규 단장의 상징성, 정보통신부 출신 테크노크라트의 복귀는 적어도 IT분야에 관한 한 '원형으로의 회귀'로 여겨진다. 이는 또한 정부조직 개편의 실패를 자인하는 백기투항에 다름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모토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었다. 정부조직 개편을 필두로 청와대, 위원회,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통폐합이 가장 눈에 띄는 기조였다. 사상 최대 규모인 5개 정부 부서를 폐지하면서 내세운 것은 효율성이었으나 꼭 필요한 부서를 없앰으로써 문제를 야기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는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며 큰 역할을 해냈는데 활짝 피어오르던 꽃봉오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과학 한국을 이끌던 과학기술부는 교육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는 지식경제부,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에 흡수통합됐다. 이후 관련 행정은 사실상 실종됐다. 이들 분야의 예산은 형편없이 깎였고 해당분야 공직자들도 서자 취급을 받았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IT경쟁력의 추락. 지난 97년 세계적인 조사기관의 평가에서 3위까지 올랐던 한국의 강력한 IT경쟁력은 2년 만에 16위로 급전직하했다.

종적조차 찾지 못한 나로호의 결말은 과학분야 예산삭감이 가져온 비극이었다. 당초 발사대를 순수 우리 기술로 하려다가 예산삭감으로 무산돼 버렸다. 미스터리 투성이인 천안함 사건도 노후선박 교체 요구를 묵살한 것이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내세운 효율성은 곧바로 허술함으로 전락하고 만다.

요전에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고 IT특별보좌관직까지 신설했다. 그래도 공백을 메울 수가 없어 IT 정책자문단까지 만들었지만 온전한 기능 회복은 미지수다. 기획과 집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기능이 산산이 쪼개져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규모 확장은 청와대 조직도 마찬가지다. 국제경제보좌관, 정무특별보좌관, IT특별보좌관에다 홍보수석실, 메시지보좌관까지 신설해 조직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슬금슬금 몸집을 키운다. 국가브랜드, 국가경쟁력강화, 미래기획, 사회통합 위원회 등이 그런 것들이다.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정부조직은 무려 50번이나 개편됐다고 한다. 새 정부마다 수 차례씩 조직개편을 단행한 꼴인데 어찌 된 일인지 효율성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정권 출범 때 조직을 축소했다가 후반기로 가면서 다시 확장한 결과다. 내용의 혁신 없이 업적쌓기식 개혁을 단행했으니 결과가 허망할 수밖에.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국제평가기관의 정부부문 효율성 평가에서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작은 정부'라는 구호는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효율성'이란 말도 허울 좋은 용어일 뿐이다. 작은 정부는 규모를 축소해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이명박 정부 2년 만에 재정적자는 70조 원 이상 늘어났고 올해까지 무려 100조 원가량 급증이 예상된다.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고 4대 강 사업 등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조직개편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원상 회복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규모는 얼마나 크고 작나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되느냐가 핵심이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조차 경쟁력 강화의 주역이라고 평가했고 타국의 벤치마킹 대상인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초점이다. 아울러 재정지출을 줄여 건전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재정적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잠식한다. 빚은 줄이되 미래성장을 이끌 부서는 유지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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