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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종시 '표류'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탁석산

정작 세종시는 흐지부지됐는데 득·실을 본 정치가는 뚜렷이 남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17 20:53: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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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 같다.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중진협의체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인가 하는 것처럼 시늉을 하는가 하면 국무회의의 결의 후에도 국회에 넘기는 것은 때를 본다고 말하고 있다. 즉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그토록 열을 올리던 총리도 교육으로 방향을 바꿨고 청와대도 불쑥 국민투표를 말한 후에는 침묵이다. 1월 초엔가 대통령이 세종시는 이제 당에서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을 때 사실상 이 문제는 끝난 것이었다. 친박계와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는 처음부터 무망한 것이었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일이라고 진정성을 호소했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고 논쟁이 치열해지자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당에 넘기고 만 것이다. 그 후로는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진정성이 있었다면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초청해 설득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성명을 발표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견해를 밝힌 것이 다였다.

역시 정치는 일반 사람은 알기 어려운가 보다. 세종시가 이렇게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치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4월이 되면 정치면은 온통 지방자치제 선거로 메워질 것이다. 아니 벌써 시작됐다. 누가 출마하는지가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 말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선거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넘쳐날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세종시는 어떻게 될까? 잊힐 것이다. 몇 년 임기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아주 중요한 것이 되겠지만 백년대계인 세종시는 명맥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이미 여권 관계자들은 개헌을 연내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논의될 터인데 핵심은 대통령중심제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즉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제 등이 논의될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모든 정당과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므로 모두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내각책임제가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면밀히 따질 것이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살아남을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힘을 개헌 문제에 쏟지 않겠는가. 세종시는 해를 넘길 것이다.

해를 넘긴 세종시 문제는 아마도 다음 선거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거에서 살아날 것인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것은 개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는 유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당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유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유보라고 한다면 정확히 무슨 뜻일까?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 공사 현장에서는 오늘도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예산은 줄어들 것이고 기업이나 대학은 입주를 미룰 것이다. 유보란 흐지부지를 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는 당초 2030년 완공이 원안이었으나 수정안에서는 2020년으로 당겨졌다고 한다. 2020년이라고 해도 앞으로 10년이나 남았다. 즉 현 정권이 수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임기 내에는 완료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임기 내에 끝낼 수도 없는 프로젝트에 왜 그토록 열성을 보였는지는 이제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적으로 누가 세종시 논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는가? 박근혜 전 대표라고 생각한다. 그는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밖에 없는데 논의조차 거부하는 속 좁은 지도자처럼 되고 말았다. 다수파가 재논의를 요구하고 당론 변경을 요구했을 경우 논의에 응하고 표결에 동의한다면 결국 당론은 변경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원칙을 버린 것이 되고, 이를 예견해 논의를 거부한다면 속 좁은 지도자라는 이미지에 갇힐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친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름만 있었던 친이계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적 실체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된 정치적 실체로서 앞으로 지방선거나 개헌에 있어 매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정치는 일반 시민이 알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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