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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무걱정 씨'의 선거 걱정 /권순익

가상후보 무걱정 씨 비판 목소리 높여도 심판 없는 부산에선 메아리조차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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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코미디라는 말은 역설이다. 이치가 끊길 때, 이치로 설명할 수 없을 때 역설이 나온다. '무걱정 씨'도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 걱정이 많다. 그래서 그 이름은 반쯤은 현실에 대한 노여움을, 반쯤은 아픔과 야유를 어쩔수 없이 드러낸다.

무걱정 씨는 시민단체인 부산을 바꾸는 부산시민네트워크와 사회복지연대 등이 6·2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자로 내세운 가상후보다. 기호는 0번이다. '시민후보『무걱정』시민의 마지막 희망으로 부산시민주권 혁명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지난달 19일 서면지하철역에서 출마의 변을 처음 밝혔다. 커다란 핑크색 토끼인형을 뒤집어쓰거나 피켓을 든 운동원들을 의아하게 보던 시민들도 곧 인형과 함께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무걱정 씨의 부산 진단은 직설적이다. 모든 선거에서 도전자가 그렇듯 부정적인 면은 더 크게 부각하고 신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모든 선거에서 선거법을 의식하는 출마자가 그렇듯 일면을 강조할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떠나는 사람이 제일 많고, 태어나는 아이 제일 적고, 기대수명 제일 낮은 도시. 일자리가 없는 사람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의 비율이 제일 높고, 노인인구가 가장 빠르게 느는 도시. 저소득주민의 증가비율도 높고, 암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제일 많고, 자살하는 사람은 두 번째로 많은 도시. 게다가 청렴도마저 뒤에서 2등이고 시민의 만족도와 삶의 지표가 꼴찌인 도시가 부산"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물론 남을 질타하고 개탄한다는 게 자기가 잘났다는 증표는 아니다. 그래서 무걱정 씨는 '희망이 있고, 견제와 균형이 있고, 시민들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부산'이라는 비전을 앞세웠다. 교육 건강 노동 주거 등 부문별 공약도, 재원조달 계획도 만들었지만 미리 발표하면 선거법에 저촉될지도 모르고, 경쟁자가 모방할 수도 있다며 때가 되면 공개할 계획이란다.

낙천적인 무걱정 씨이지만 요즘 들어 자신이 '왕따'당하는 걸 느낀다며 푸념도 한다. 곧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후보자들과 1대1 토론이든, 집단토론이든 토론회 석상에 나가 자신의 주장도 펴고 싶은데 초대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 안되면 가상 토론회라도 열 계획이다. 말수가 적은 편인데도 토론회에 집착하는 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대충 이런 말이란다.

"시민들이 일구월심(日久月深) 한나라당 편만 든 대가가 달지도 맵지도 않은 밍밍한 당내 시장 경선이냐" "누구보다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 팔짱만 끼고 있을 만큼 부산이 그렇게 잘 나가는 도시인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혈안이 돼 부산의 이익과는 상극관계인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시민들에게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무걱정 씨에게는 참 안됐지만 그의 호소는 메아리조차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 메아리는 출마자들에 대한 가혹한 검증 요구나 심판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텐데 워낙에 그런 게 없는 도시다. 그게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이례적으로 일어나는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그 확률을 뒤집지 못해 대통령은 됐어도 부산시장은 못 된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올해는 아예 중량급 선수들이 링에 오르는 걸 도살장에 가는 것처럼 꺼리고 있다.

무걱정 씨의 형제들도 교육감 후보, 구청장 후보로 나설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름은 각각 '무개념' '무가치'이다. 조만간 이들 '무씨 3형제'가 부산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들을 보고 누군가는 비루먹은 로시난테에 얹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라고 비웃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쇠로 만든 방'에서 잠든 채 죽어가는 동포를 깨우려던 루쉰(魯迅)을 연상할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선거판을 희화화시키느냐"며 역정을 내거나, "저의가 뭐냐"며 소매부터 걷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걱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걱정할 일이 닥치는 게 세상사다. 그런 이치가 한 도시든, 시민에게든 다를 리가 있겠는가. 이번 선거에서도 걱정을 잊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무걱정 씨는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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