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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론]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오창호

세계 무대 승리 가슴 뿌듯하지만 양극화를 부른다면 '더러운 세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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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2-22 20:23:2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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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뉴스를 들라면 단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남다른 기쁨을 주는 이유는 전통적 효자종목인 쇼트트랙 외에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에서도 기적 같은 레이스를 펼치며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김연아 선수가 피겨에서 온 국민의 기대처럼 금빛 점프를 완성한다면 역대 최고의 동계올림픽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다.

올림픽경기가 국민들에게 남다른 기쁨을 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이 아니라 국가대표 아니 국민대표의 자격으로 참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승리는 곧 전체 국민의 승리가 되고, 그들의 좌절 또한 전체 국민의 좌절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선수들의 경쟁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메달 집계에 따른 종합순위가 국가별 랭킹으로 표시된다. 특히 약소국으로서 식민지배의 피눈물 나는 서러움을 겪은 우리 민족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승리할 때 그 한을 씻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이유 이외에도 올림픽경기는 수많은 드라마를 생산해낸다. 선수 개개인의 휴먼드라마, 선수 선발과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드라마, 그리고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비장한 모습과 치열하고 생생한 경기 현장 등등이 모두 감동적이다.

그런데 온 국민이 국가적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이에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드라마가 순간적 기쁨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 삶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까? 드라마는 최악의 경우에 아편이 될 수도 있다. 사는 것이 지겹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기력한 삶을 연명해가는 사람에게 드라마는 일시적으로 현실을 잊게 하는 일종의 마취제이다. 이 마취제가 효력을 다하는 순간 삶은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그러나 또한 드라마는 최선의 경우에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예술이 될 수도 있다. 드라마가 곧 인생이고 인생이 곧 예술이다. 이 세상은 극장이 되며 우리는 배우가 된다.

드라마가 아편이 될지, 아니면 예술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드라마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놓인 거리이다. 과연 드라마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에서 재현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드라마의 세계가 화려한 데 비해 현실의 세계가 초라하다면 그 드라마는 예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펼치는 드라마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가령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의 경우 국민 개개의 기록이 있어 이를 전체적으로 평균한 기록으로 올림픽 참가국들의 순위를 매긴다고 가정해 보자. 올림픽 종목 모두에 대해 이런 식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결과와 현재처럼 국가 대표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거둔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 결과 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 나라에 있어서 올림픽드라마는 아편에 가깝다. 이것은 아마도 국가를 '대표'한다는 '대표'의 의미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에 따른 것이리라. 국가대표란 특정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특수한 사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특정분야에서 평균의 능력을 소유한 보통 사람을 의미하는가. 어느 편이 진정한 국가대표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두 가지 의미 사이의 거리가 좁은 국가가 건강하고 행복한 국가라는 것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특수한 사람과 평균적 능력을 가진 보통 사람 사이의 거리가 크다는 것은 국가의 인재양성 정책이 엘리트 양성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사회의 각 분야에 있어서 소수의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아마도 국가는 세계적인 무한경쟁 시대에 그렇게 양성한 소수 정예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세계무대에서 승리하고 국위를 선양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요즘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의 젊은이나 기업들 중에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여 승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그 승리가 전체 국민의 승리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다. 그것이 사회적 양극화를 낳고, 대다수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어떤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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