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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파우스트의 꿈 /이재호

끝없는 소유욕으로 앞만보고 달린 인류…진정한 성장의 의미 차분히 돌아봐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27 21:44:1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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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는 두 가지의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동양의 불로장생술과 서양의 연금술이다. 불로초를 구하는 것은 중국에서 진시황 이래 모든 황제들의 꿈이었지만 황제들의 수명만 단축시키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양에서는 중세 이래 어떤 물질이라도 황금이나 다른 금속으로 바꿀 수 있다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이 연금술사들의 꿈이었다. 불로장생술이나 연금술은 자연법칙에 어긋나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동양의 한의학이나 서양의 화학 발달에 기여하였다.

20세기 이후 인류의 꿈은 우주여행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도 지구에서 4.3광년이나 된다. 현재 우주선의 속도로는 4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태양계 내 행성의 탐사는 시간적으로 가능하지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없고 탐사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미국이 1969년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킨 후 1972년을 끝으로 40년간 유인우주선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여론의 반대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은 지구의 소산이고 지구에서만 살수 있도록 형성되어 있다. 공상영화에서 보듯이 광속으로 달리거나 외계에 가서 산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인간은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아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에서 무한을 동경하고 미지를 찾아 헤매는 열정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된 것이 아니라 중세 이래 유럽인의 특유한 심성이라고 보았다. 슈펭글러는 이 문화를 '파우스트적 문화'라고 명명하였다. 현대의 서구 기계문명은 무한한 진보와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파우스트적 문화의 소산이지 모든 인류에게 공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자가 "괴이한 것을 멀리하라"라고 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무한을 찾아 활동하고 이것을 소유하려는 소유욕이 파우스트적 문화의 특질이다. 이러한 문화가 미지의 대륙을 찾아 대양을 항해하게 하고 우주로 향하게 한다.

그러나 슈펭글러는 서구의 파우스트적 문화가 21세기에는 가능성을 소진하고 몰락하여 화석화한 문명으로 남는다고 예언한다. 문화가 문명으로 바뀌고 하나의 거대도시가 국가 내의 다른 지역을 모두 '시골'로 만든다. 그 결과로 출산율이 저하되어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생산의 뒷받침 없는 화폐금융이 지배권을 장악한다. 이것이 문명이 몰락하기 시작하는 징표라는 것이다. 슈펭글러의 저서가 아직도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그의 예언이 현대 서구사회에서 현실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도 서구의 과학기술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중국 인도 양국을 합쳐 25억의 인구가 산업화를 달성하고 선진국 수준의 국민소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수준의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질을 다른 금속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나 우주에서 자원을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자원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경제학자들의 예언은 무한한 자원과 무한한 수요가 계속 창출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통계적 예측에 불과하다.

과도한 화석에너지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도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지구도 이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인류의 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20세기 후반기 이후 실용적 기술은 발전했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 같은 획기적 과학사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파우스트의 꿈은 끝나가는지도 모른다.

위만 보고 가는 문화가 아니라 옆도 살피는 문화가 필요하다. 성장은 인간의 행복과 국민의 통합에 기여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럽 중세의 전설적 연금술사 파우스트를 극화한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는 구절로 끝맺는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은 대지와 자연이 아닐까. 오직 효율과 성장만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현재 한국사회의 풍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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