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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신춘문예에 낙선한 사람들을 위해 /서진

자기 자신에게 인정 받는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당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15 20:47:5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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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신문사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한다. 천재 소녀가 시로 당선이 됐다느니, 할아버지가 칠전팔기로 소설 당선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작 작품 자체보다는 당선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가 보다. 그런 소식을 듣다가 얼마 전 신춘문예 예심을 보다가 읽었던 인상 깊은 작품이 생각났다. 그 작품은 본선에는 올랐으나 당선은 되지 않았다. 담당기자에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걸어 보았다. 당선된 사람에겐 축하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낙선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니까. 젊은 여자일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스물두 살일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신문사의 신춘문예 본심에도 올라갔으나 당선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낙심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 먹히지 않는다. 내가 스물두 살 때엔 그런 비슷한 글도 쓰지 못했다고 말한들 위로가 되지 못했다.

"내년에 또 하면 되잖아요."

"내년에도 본심에 오를지 누가 장담해요?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을 수도 있고."

"제가 보기엔 계속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이도 젊잖아요? 저는 서른여섯이나 됐는데도 어리바리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그 정도면 출중하다고요."

한페이지 단편소설이라는 온라인 글쓰기 프로젝트를 수년간 진행하면서, 예스24의 웹진 나비의 편집위원으로 독자들의 작품을 읽어보면서, 신춘문예나 다른 소소한 문학상의 심사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위에도 이런 저런 공모전을 준비하는 분들이 꽤 보인다. 남모르게 집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의외로 많은가 보다. 당선작이 발표되면 나는, 낙선된 분들이 걱정이 된다. 낙담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니 이내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포기하는 사람들 중에 분명 굉장한 글을 쓸 사람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냉정히 생각해보자. 당선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신춘문예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신문사에서 연초에 실시하는 전통적인 '글잔치'일 뿐이다. 당선이 되었다 한들 작가로서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매년 그 수많은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3년만 지나면 활동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보다. 그래서 중복 투고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어기고 똑같은 작품을 투고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원칙을 어겨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대단한 것처럼 보지만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을 위해 자신을 속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위장 전입을 해서 좋은 학군에 입학시키려는 부모의 심정과 뭐가 다를까. 투고를 하기 전에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왜 투고를 하는지 생각을 가다듬는 게 좋을 것 같다. 당선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니까.

객관적으로 우수한 작품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의 취향도 작품 선정에 많이 반영된다. 그러므로 당선된 작품이 자신의 작품과 비교해서 우월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그건 편법을 동원할 필요도 없고, 운도 필요 없고, 남의 취향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평가다. 낙선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인정했다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큰 당선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스스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글을 쓴다면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진정한 작가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런 이야기를 스물두 살의 여자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말주변이 없어서 더듬거렸다. 진심이 전해졌길 빈다. 그 소녀에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수많은 신춘문예 낙선자들에게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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