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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통합을 위한 다섯 가지 조건 /하태영

정치의 正道는 仁·義·禮·德·忍… 風을 잠재우고 忍은 키우는 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11 21:15:5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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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새해부터 요동치고 있다. 세종시 때문이다. 모두들 정치적 운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 이번 승부로 국정장악력과 대선판도가 정해질 것이다. 어떤 정당과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 사회통합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2009년을 되돌아보자. 1월 용산참사,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10월 사교육과 청년실업 그리고 가정파탄과 자살, 12월 원칙 없는 특별사면. 우리 사회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깊은 불신과 오락가락한 정책혼선에 대한 갈등, 그리고 계층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따뜻한 자유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통합은 정도(正道)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도의 핵심은'인(仁)·의(義)·예(禮)·덕(德)·인(忍)'이다. 동양고전에서 말하는'인·의·예·덕(지·신)'은 동서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인(忍)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치를 해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가. '인·의·예·덕·인'의 정치를 해야 한다.

첫째, 인의 정치다. 인(仁)이란 하늘의 마음, 즉 국민의 마음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국민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밤을 새워 가면서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했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이를 믿고 재산권을 행사했다면, 그 지역 주민들의 뜻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이 순리이고 통합의 정치다.

둘째, 예의 정치다. 예(禮)란 정치권이 국민의 마음을 찾아 마중 가는 길이다. 예의 기본은 국민의 뜻을 경청하는 것이고, 정직과 겸손, 근면과 봉사, 그리고 사랑으로 희생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인은 인과 예가 만나는 따뜻한 소통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정치다. 바를 정(正)자는 하늘(一)의 진리에 머물러(止) 있다는 뜻이다. 민심 속에 있어야 한다. 독존과 교만, 편법과 과분수, 부정과 부패는 통합의 정치를 이끌 수 없다. 집권초기를 생각하면 교훈을 얻을 것이다.

셋째, 의의 정치다. 의(義)란 정부가 지키고 행하여야 할 도리다. 바르면 정의(正義)가 되고, 흔들리면 불의(不義)가 된다. 정도(正道)는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다. 작년 9월부터 세종시 문제로 나라를 소용돌이 속에 빠트린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의가 흔들리면 통합이 될 수 없다.

넷째, 덕의 정치다. 덕(德)이란 지(智)와 신(信)이다. 알고 믿고 도와주는 지혜와 슬기가 덕이다. 덕은 조직과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이것이 흔들리면 불신이 깊어지고 통합이 되지 않는다. 집권 정당의 내부에서조차도 상호 불신이 깊다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는가. 덕이 없으면 통합이 안 된다.

다섯째, 인의 정치다. 인(忍)이란 마음(心)을 밑에 깔고 칼(刀)을 차고 냉정하게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국가경영의 천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忍)이다. 인(忍)은 성찰과 기도로 가능하다. 성찰이란 뒤돌아보는 것이고, 기도란 이러한 시간을 갖는 순간을 말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2008년의 촛불정국과 2009년의 조문정국을 깊이 성찰해야 될 것이다.

정부가 길을 잃으면 혼란이 온다. 이것을 풍(風)이라고 한다. '인·의·예·덕'이 중심을 잃고 바람개비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다. 바람은 '우여곡절'을 낳고, 혼돈을 만들며 소멸한다. 소용돌이 속에 국론이 흩어지고 분열을 낳으며 정체성을 흔든다. 그래서 국가경영에서 참을 인(忍)이 중요하다.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사소통의 부재가 낳은 인위적인 바람(風)이기 때문이다.

'섬김'과 '소통'정치가 필요하다. '섬김의 정치'는 '설득의 정치'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것이 사회통합의 핵심이다. 국민의 마음을 알고, 예를 다하며, 불의를 끊고, 덕을 실천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정부는 향기가 나고 따뜻하고 열정이 넘친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부다.

일로영일(一勞永逸). 오늘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원칙과 정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도(正道)는 풍(風)을 잠재우고, 인(忍)을 키우는 길이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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