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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전통 교육열과 `독서종자` /이지양

아이에게 책읽기 가르치던 전통에서 지적자산 키워내고 現교육 점검 기회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8 20:46:5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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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듭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과 학생들의 학습 자세를 칭송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입시 경쟁, 사교육비, 성적과 학벌 중심, 국영수 중심, 영재중심' 이런 식의 교육에 지친 나머지라서 그럴까, 무심 덤덤하거나 과찬의 말씀이라는 반응들이다. 칭송을 듣고도 희미한 웃음조차 짓지 않는 것이다. 그럼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은 인재를 키우는 보람을 느끼는가 하면,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현재 한국의 교육이 처한 상황은 100년 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었을 때 여전히 구식 서당교육을 지속했던 것처럼, 산업사회에서 지식 정보사회로 진입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지만 여전히 산업사회의 교육방식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등수' 경쟁, 학원에서는 획일적 지식 암기의 분량을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학교의 경쟁을 거들며 하루하루 굴러간다.

학부모와 학생은 이제 정말 피로하고 지쳐 보인다. 가짜 부적 같은 학위증은 사회에서 전혀 맥을 못 추는데도 졸업장과 학위증을 목돈 들여 따야 하니 학부모는 등이 휘고, 학생은 공부의 의미를 잃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21세기에 어떤 인간상을 기르는지, 무슨 능력을 키우는 것인지, 지금 배우는 것이 앞으로 삶에 힘이 되어줄지 어떨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 한겨울의 짙은 안갯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방 이후 우리가 최대 선진국으로 믿어온 미국에서,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과 학습태도를 칭송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서 우리를 돌아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감탄한 우리의 교육열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놀랍게도 우리는 국가적으로 '정신의 스승'을 모시고 사당을 지어 추모해온 민족이다. 세계사에 이런 역사를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의 조상도 아니고, 현실의 권력자도 아니고, 기적을 일으키는 신앙의 대상도 아닌, 정신적 스승을 섬기는 역사를 가진 나라말이다. 우리는 조선시대는 물론, 불교를 국교로 하던 고려 시대에도 국자감(國子監)에 문묘(文廟)를 만들어 석전(釋奠)을 올리며 왕이 직접 헌작(獻酌)했을 만큼, 정신적 가치와 그 모범을 보이는 스승을 섬기는데 국가적 심혈을 기울였다. 역사적으로 온갖 고난을 겪을 때조차도 공자를 추모하는 전통을 그치지 않았으므로 마침내는 중국에서 우리에게 그 제례 절차를 도리어 배워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밥숟가락을 사용하는 나이가 되면 붓도 쥐게 하여 몸에는 밥, 정신에는 글을 똑같이 공급할 준비를 시켰다. 그것은 '독서종자(讀書種子)'를 소원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출세시키기 위해서? 아니다. 옛날 분들도 공부와 출세가 일치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공자 같은 만세의 스승조차도 권력과 부를 누리는 출세와는 인연이 멀었으며, 시성(詩聖)이라 일컫는 두보보다 두보의 시를 간신히 배워서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훨씬 더 부귀영화를 누린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독서종자'를 소원했을까?

그것은 독서하는 사람으로 키우면 자식에 대한 모든 근심에서 해방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글을 읽게 되면 세상의 모든 지혜의 광맥을 자유롭게 탐색하여 자신에게 알맞게 섭취할 것이므로 안심할 수 있었다. 둘째, 부귀와 빈천은 외부요인이 많이 작용하지만, 학문과 인격 연마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대부분 성취 가능하다. 셋째, 독서를 하면 세상에 이름을 떨치진 못해도 조상의 가업을 계승 발전시키고 스스로의 삶을 의미 있게 꾸려가는 데는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독서종자를 소원했다.
미국 대통령의 칭송을 받은 김에 우리는 우리의 역사 전통에서 두 가지를 되새기자. 첫째는 정신적 스승을 섬기는 사회적 기풍, 둘째는 독서종자로 키우는 것을 소원하던 학부모 마인드. 특히 지금처럼 지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 이런 유구한 지적 전통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교육 체제가 현실 대응을 척척 해내지 못할 때, 사회 전체가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아이를 독서종자로 기르는 것이야말로 최선이자, 최고의 대응이 아니겠는가.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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