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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갠트리 크레인 /강영조

부산의 상징이자 의미있는 볼거리…북항 재개발 돼도 1기쯤 남겨뒀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2 20:48:3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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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지 않고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산에서는 갠트리 크레인을 보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모파상은 매일 그 에펠탑의 2층 레스토랑에서 지내면서 그 탑을 보지 않을 수 있었지만, 부산에서는 갠트리 크레인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소용없다. 그 곁에는 꼭 같은 갠트리 크레인이 줄을 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갠트리 크레인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는 바위나 강, 바다, 산처럼 갠트리 크레인은 부두 안벽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부산에서 그의 존재는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갠트리 크레인은 일상이고 자연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방의 창 너머로 신항의 갠트리 크레인이 보인다. 부산항을 에워싸는 천마산과 구덕산, 수정산의 허리 부분을 횡단하는 산복도로를 흔들거리는 버스로 달릴 때, 신선대부두로 직결하는 동서고가도로를 지날 때, 수정산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부산을 떠나거나 돌아왔을 때 역사(驛舍)의 창 너머로 갠트리 크레인은 보인다. 갠트리 크레인은 그것을 보고 있는 부산사람들의 시선 다발로 칭칭 동여매어져 있다. 갠트리 크레인을 중심으로 나와 그것을 보고 있는 부산사람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갠트리 크레인은 향우애로 가득 차 있다.

상자형 단면 철골로 된 네 개의 다리와 그 위에 수평으로 뻗은 두 개의 보로 이루어져 있는 갠트리 크레인은 기념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건축물도 아니다. 길고 가느다란 철골 부재가 간단하게 접합되어 교차하는 투명한 형태다. 몇 가닥의 선으로 이루어진 골조를 어떻게 감상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갠트리 크레인은 부산의 볼거리다.

갠트리 크레인은 철골 구조물이다. 철은 석재나 콘크리트와는 다르다. 철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불과 인간의 근육이 만들어낸 재료다. 유명한 기호학자가 그랬듯이 철은 자연의 저항과 그것을 이겨낸 인간의 승리를 상징한다. 철의 역사는 일종의 진보주의적 역사다. 철 구조물 갠트리 크레인은 밖으로 향하여 열린 진보적인 부산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갠트리 크레인은 부산을 상징하고 있다. 가령 영화 같은 매체에서 그곳이 부산이라는 점을 알리는 수단으로 배경에 갠트리 크레인을 비춘다. 갠트리 크레인은 부산이라는 장소를 가리키는 주요한 기호다.

갠트리 크레인은 수평보에 장착된 트롤리가 거기에서 와이어로 연결된 스플래터로 컨테이너를 낚아채고는 수평이동을 하면서 화물을 운반한다. 운전실은 트롤리에 탑재되어 있다. 운전자처럼 안으로 들어가서 항만을 내려다보면 갠트리 크레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물을 보는 대상이 된다. 롤랑 바르트처럼 말하면 갠트리 크레인은 '보는 대상이면서 보이는 시선'이며 '오브제이면서 시선'이며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완전동사'다. '시선의 양성(兩性)'을 지닌 '완전한 대상'이다. 크레인 안에 포함된 운전자는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안의 전사처럼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조종한다. 그 자신이 철 구조물이 되어 자기의 신체처럼 스플래터를 뻗어 내려 컨테이너 박스를 길어 올린다. 로봇 건담, 우주전쟁의 병기, 트로이 목마, 거대한 기계 물새, 안벽에 서서 입수하려는 수영선수, 항구의 수호신. 갠트리 크레인의 이미지는 무궁하다.

갠트리 크레인은 아름답다. 그것은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범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갠트리 크레인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범주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야드에서 배로, 배에서 자동차로 이동한다는 그 기능만을 위하여 최소한의 부재들로 이루어진 형상은 질주만을 위하여 근육이 잘 단련된 경주마처럼 아름답다. 수평과 수직의 부재가 중력과 이동과 바람 등에 대하여 치밀하게 계산되어 결구된 갠트리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완벽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 감정은 예술작품이 주는 것과 같이 강렬한 것이다. 토목 구조물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시선이며 대상이면서 또한 상징인 갠트리 크레인은 부산의 환유다. 그런 갠트리 크레인을 북항 재개발 구역에 한 기만이라도 남겨두었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일까.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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