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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말들 /탁석산

부끄러워 할 것은 공약아닌 法 폐기

행정부 이전하면 장관 상경대신 대통령이 가면 될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30 21:29:3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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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보였다. 첫째는, 표를 얻기 위해 원안대로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부끄럽고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끄럽고 후회해야 할 일은 지킬 마음이 없는 공약을 표 때문에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여야 합의로 정해진 법을 이제 와서 자의적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선거 공약이야 사정에 따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공약이 다 지켜질 것이라고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선거공약이 아니다. 그것은 선거 전에 이미 확정된 법안이다. 그것도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한바탕 내홍을 치르고 도출한 법이다. 그런데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그런데도 선거 공약과 표를 말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교묘히 벗어나려 했다. 따라서 대통령은 왜 자신이 법을 지키지 않는가에 대해 해명을 하고 사과를 구했어야 했다. 다른 분야에서는 법대로 하겠다고 하고 정부의 법 집행을 강력히 옹호하면서 왜 이번에는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지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치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그리고 선거과정의 불가피한 일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떳떳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둘째는,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수도 분할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행정부가 옮겨가면 수도 분할이 되는가? 수도라는 것은 정치·경제의 중심지를 말하는 것인데 행정부가 통째로 옮겨가도 국회와 사법부가 남게 되고 또한 경제 중심지로서의 서울의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서울에 남지 않는가. 또한 서울 시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도 아닌데 어떤 근거로 수도 분할이라고 단언하는지 모르겠다. 그 근거로 삼을 만한 것은 경제부처가 모두 내려가면 어떻게 1주일에 두세 번씩 하는 조찬회의를 할 수 있겠느냐는 대통령의 발언이다. 즉 분할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생각을 바꾸면 된다. 왜 국무회의나 경제부처장관 회의는 장관들이 와서 해야만 하는가? 대통령이 가면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전용 헬기를 타고 세종시로 가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은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모든 것을 대통령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바로 그 사고방식이다.

셋째는, 아직 수정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원안은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되고 충청도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수정안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수정안이 나올 때까지는 원안을 수정하겠다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역시 수정안이 나온 다음에 판단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수정안이 나온 다음에 판단을 해야 하고, 대통령은 그 전에 원안을 폐기해야겠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수정안도 없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수정안이 원안보다 국익과 충청도민에게 낫다고 판단했는가. 기업도시인지 교육과학도시인지 아직 기본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역사까지 거론하면서 수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일방적으로 열거한 후에 다른 사람들은 수정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침묵하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지방에 무엇을 해준다는 시혜의식도 사라져야 한다. 혁신도시는 반드시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이미 법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반드시는 필요 없고 성실히 이행하면 될 것이다. 시혜의식이란 말에는 수도를 국가의 중심으로 여기는 생각이 깔려 있는데 국가 전체가 고루 발전해야 경쟁력이 있다.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몇십 년간 보았던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2010년이 코앞인 현재까지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리고 국익이라는 단어도 별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대통령이 자신을 정당화할 때 흔히 써왔기 때문이다. 독선과 오만 그리고 국익과 역사. 이런 말들이 대통령과 결합하면 나라는 힘들어진다. 대통령 혼자 국가 걱정을 다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국회가 있고 사법부가 있고 정당이 있으며 언론이 있고 국민이 있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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