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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전불감증의 나라, 대한민국 /박성조

어처구니없는 참사…국제적 이미지 훼손

안전의식 다져야 선진국 될 수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24 20:40: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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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체성은 스스로의 정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상대에 의하여 정의된다고 헤겔은 말했다. 그래서 우리의 상대는 거울과 같다. 그럼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우리의 이미지는 거울에 어떻게 비추어질까.

한국에는 최근 수년 전부터 허무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부산에서는 몇 주 전만 해도 '불꽃놀이'에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의기양양했는데, 이번에는 사격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로 죽음을 맞이한 일본 관광객을 울먹이며 시신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불과 얼마 사이에 이러한 희비극이 일어나다니 한심하다. 정말 부산과 한국 모두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내년에 G20을 개최하는 서울과 2018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부산의 이미지 모두가 땅에 떨어졌다. 무슨 수식어로 우리는 내외국의 손님들을 모실 것인가. 더욱이나 대통령은 한국의 브랜드 개선을 위한 위원회까지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격장 화재참사에 대해 대통령은 일본 수상에게 사과의 서한을 보냈는데, 부산사고의 책임자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왜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인가.

얼마 전부터 우리들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자화자찬에 젖었다. 국제이벤트만 유치하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져 우리들 스스로는 내실을 챙기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죽음을 미리 예방하고, 또 사망자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것이 바로 선진국의 특징이다. 독일은 한때 자동차사고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최상위권에 오랫동안 위치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 개선, 교통규칙 엄수 등으로 사망자 수가 몰라보게 줄어들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그간 자동차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전 세계의 자동차사고 사망자의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앞으로 자전거의 파급은 사망자 수를 불가피하게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망을 '개죽음'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예는 사회범죄로 인한 죽음이다. 범죄자의 표적이 되고 있는 아무런 죄 없는 어린애들, 여성들, 외국인 등을 보호하고, 사전 예방 및 사후범죄자 포착에 국내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의 시스템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것을 절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모양이다. 예방적 안전에 으뜸간다는 일본도 지진, 태풍, 화산폭발 등의 천재지변에는 불가항력인 것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부산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보는 일본인들의 눈에 한국인의 '안전의식과 체제'가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다시 한 번 성찰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부산은 후쿠오카 광역경제권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는 안전의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여기에 걸맞게 도시생활체계의 안전을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탄사격장이 도심에서 격리되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만약의 경우 사격장을 국제테러단이 장악한다면 도심지는 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다. 둘째, 응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진입할 수 있는 도로정비가 시급하다. 골목길을 주차장이라고 생각하는 자가운전자들의 철저한 규제가 시급하다. 셋째, 안전체제의 책임일관성이다. 서로 경쟁적 입장에 있는 기관과 조직이 난립해서는 안 된다. 이미 며칠이 지났는데도 행안부, 외통부, 부산시, 소방방재청 대책본부는 화재원인조차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넷째, 한국의 응급의학기술 수준이다. 아직도 희생자 신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주소는 더욱 심층적인 연구를 촉구한다.

위에 열거한 미흡한 점들은 한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세계경제 제13위라고 하나 한국의 현주소를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투시해보면 '빨리빨리' 습성 때문에 만들어진 외면만 번드르르한 건물과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교량들이 우리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의 사고는 우리를 안전 면에서 성장시키지 못했다. 아직도 '치부'가 먼저, '안전'은 필요시에 뒤에 한다는 의식이 고질병으로 만연해 있다. 이러한 의식으로 우리는 선진국이 될수 없다. 부산시는 부산의 국제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궁금하다.

동아대 석좌교수·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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