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헌재결정과 냉소주의 /오창호

미디어법 판결놓고 패러디 난무

냉소주의 만으론 문제해결 안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09 21:20:40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절차상의 문제는 있지만, 미디어 법은 유효하다'. 미디어 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놓고 시국이 또 한 번 시끄럽다. 입법을 주도했던 여당은 방점을 후반에 찍어 헌재가 미디어 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던 야당은 방점을 전반에 찍어 미디어 법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해 헌재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결정을 내렸다고 헌재를 비난한다. 여당의 공식입장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온 사법부의 전통적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수용한다는 것이고, 야당의 공식입장은 "법처리 과정이 불법인데 위헌은 아니라는 것 자체는 헌법재판소가 정치재판을 한 것"으로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법을 무리하게 몰아붙인 여당이 잘못한 것인가? 법 심의절차를 방해하고 표결과정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막은 야당이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했는지의 여부를 판정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모호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국민이 잘못한 것인가? 누가 정당하고 누가 부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 미디어 법을 둘러싼 정국은 소란스러울 것으로 예측된다. 정국이야 언제나 소란스러운 것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권위가 실추된 자리에 대신 들어설 냉소주의이다.

벌써 냉소주의는 온갖 패러디의 형태로 인터넷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절도는 범죄지만 절도한 물건의 소유권은 절도범에게 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오프사이드는 맞지만 들어간 골은 인정된다', '금지약물 복용은 인정되지만 메달은 유효하다'는 등등 헌재의 판결을 풍자하고 야유하는 패러디들이 난무하고 있다. 패러디가 무엇인가? 그것은 원작의 담론적 권위에 도전하여 이에 대한 코믹한 모방이나 변형, 또는 과장의 방법으로 원작의 의미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의 순수한 효과는 익살이지만 악의가 개입되는 경우 풍자나 조롱이 된다.

냉소주의자는 문화적, 정신적 그리고 특히 도덕적 가치를 경멸한다. 그는 언제나 현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방관자가 되어 모든 것을 비웃는다. 그에게 열정이나 고뇌, 고통은 모두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이처럼 자신에 대한 긍정에 기초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부정에 기초한 도덕을 '노예의 도덕'이라고 말했다. 노예는 주인과 특권층, 억압자를 부정하는 데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빼앗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억압받는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반면 '주인의 도덕'은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가치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으로 삼는다.

냉소주의가 배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패러디를 가지고 기대와 열망을 좌절당한 민중들이 기득 질서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놀이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는 일면 이해가 가지만 생산적이지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냉소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헌법재판소인가? 정부여당인가? 야당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인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 사회인가?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남의 헌법재판소인가? 정부여당과 야당은 대한민국의 정당이 아니고 어디 다른 나라의 정당인가? 우리가 냉소하는 대상이 사실은 모두 우리 자신이 아니던가? 이 모두가 사실은 한 뿌리, 한 줄기에서 뻗어나간 여러 가지들이 아니던가?
여기에 대한민국이 있다. 그리고 헌재나 정부여당, 야당, 기득권층, 민중 등 모두는 대한민국의 여러 얼굴들이다. 서로 냉소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냉소하는 것이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곳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설령 냉소주의가 정쟁적 차원에서 공격을 위한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냉소주의의 무기로 탈취한 권력은 결코 권위를 가질 수 없고 종국에는 냉소주의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헌재의 판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여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그리고 야당이 여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5> 부산의 섬, 우리나라 해역을 경계 짓다
  2. 2이강인 U-20 월드컵 출전 확정
  3. 33분 새 두 골…못 말리는 손흥민
  4. 4유족 “경찰이 수차례 피의자 난동 묵살해 터진 人災(인재)” 울분
  5. 5“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6. 6거인 선발 흔들리니, 불펜마저 휘청대네
  7. 7“아직도 등골이 서늘” 주민 트라우마 심각
  8. 8[동네책방 통신] 20일 시작되는 책방 스탬프투어…완주하고 럭키백 받자
  9. 9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10. 10도정 복귀 김경수, 진주 흉기난동사건 재발방지 대책 주문
  1. 1두 쪽 갈라진 바른미래 의총…'결별수순' 밟나
  2. 2이언주, 문전박대
  3. 3김학노 교수 차명진 의원에 일침 '온라인 초토화'
  4. 4한국당 "이미선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靑 겨냥 총공세
  5. 5文대통령, 내일 이미선 임명안 전자결재 할듯
  6. 6홍준표, 황교안 저격…“잘못된 시류에 영합”
  7. 7“박근혜 석방해야” vs “법적 요건 못갖춰”…정치권 설전
  8. 8한국당, 청와대에 최후통첩…“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강행 땐 장외투쟁”
  9. 9“전기료 누진제에 에어컨 사용량 포함해야”
  10. 10고성·몸싸움 ‘난장판’ 의총…결별 치닫는 바른미래
  1. 1방문객과 커팅…모델하우스 개관 이색 마케팅
  2. 2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컨트롤타워 출범
  3. 3닭고깃값 30% 폭락했는데…2만 원대 치킨값은 ‘요지부동’
  4. 4국내 최대 중고차 박람회 ‘부카2019’ 19일 개막
  5. 5부산시 특례보증 확대, 수수료 0.4%로 낮춰
  6. 6“아라온호 연 300일 운항…제2 쇄빙선 건조 절실”
  7. 7미세먼지 저감투자 신항 집중…환경 열악한 북항노동자‘소외’
  8. 8금융·증시 동향
  9. 9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5%로 하향
  10. 10필립모리스, 담배 연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 부산·경남서 시동
  1. 1진주 살해범, 덩치 큰 남성은 안 건드려… 전문가 “심신미약 가능성 낮다”
  2. 2이회성, 이회창 친동생
  3. 3 진주아파트서 숨진 여고생, 피의자 피해 달아나기도
  4. 4조현병 뜻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증상 및 치료법은
  5. 5lg화학 미세먼지 배출조작에 사과문 “관련 생산 시설 폐쇄”
  6. 6오재원 승리 생일 파티 “직접 항공권 끊어 참석했다”
  7. 7“조현병-범죄 인과관계 없다”… 진주아파트 사건 피의자 조현병 병력 조명
  8. 8대만 지진 시내 도로가 갈라져… 대만 현지 반응 “저승가는 체험”
  9. 9'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논문 쓴 교수들 "압력 많았다"
  10. 10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구속… 신상공개위도 18일 열려
  1. 1손흥민 골 영국 일본 중국 반응…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 2멀티 골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베스트 11’ 제외...토트넘 대신 맨시티 석권
  3. 3손흥민 골 넣었지만, 경고누적으로 챔스4강 1차전 출전 불가
  4. 4토트넘 손흥민 맨시티 꺾은 유니폼 누가 가져 갔을까…
  5. 5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은?
  6. 6챔스 4강 대진표 토트넘vs아약스… 리버풀·바르샤 피했지만 ‘손’ 출전 불가
  7. 7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혐한 네티즌도 손흥민에 반했다
  8. 8피파온라인4, 2주 만에 정기 점검...뭐가 바뀌나
  9. 9멀티골 손흥민, 평점 토트넘 1위 맨시티에 비수 꽂았다
  10. 10토트넘 챔스 4강… 가생이닷컴 日 네티즌 “넷우익은 그저 눈물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가계부채 /송정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성 ‘피트’ 뗀 졸리
참치 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진주 참사 수차례 징후 경찰 대응 안이했던 것 아닌가
중입자치료센터 지역병원과 상생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성급한 여당의 입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