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혁신의 바람, 부산 도시건축에까지 불어오려면 /이동언

특정 형태로 묶는 단답형 사고 대신 전체를 아우르는 논술형 시각 바란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07 20:55:22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혁신! 말로만 화두인 시대이다. 말로는 혁신하면서 행동은 구태 그대로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의 분야에서 혁신의 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대기업구조조정, 혁신도시개발, 공무원 인원수 감축, 국립대학교의 통폐합과 법인화 등은 다 그 바람일 게다. 혁신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사태 이후이다. 10여 년의 기간이 지나 혁신이 습관화된 듯하다.

건축계에서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참에 그런 외부적인 문제를 떠나 개인이나 기관 자신은 스스로에게 혁신의 바람을 진정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이 습관적인가 아니면 변화와 새로움을 갈구해서인가. 자신의 시선을 고정화시켜 앞으로만 보려고 하지 말고 열린 시선으로 주위의 변화와 새로움을 온몸으로 흡입해 보자. 세상을 꽉 닫힌 단답형 시각으로 보지 말고 활짝 열린 논술형 시각으로 보자. 세상이 변화와 새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단답형 시선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부산건축계에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의 색깔은 무엇인가, 부산다운 건축상은 이대로 할 것인가. 옛 하얄리아 캠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부산의 색깔이 점점 다양해질 모양이다. 최근 개최된 경관색채 공청회에서 부산을 산지경관, 수변공간, 시가지공간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맞는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을 선정했다. 전에는 단순한 단답형이었다면 지금은 복잡한 단답형이다. 부산이라는 거대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모르겠지만 단답형으로 조사한 설문지를 근거로 단답형의 색들을 추출한 것은 한두 가지 색 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각양각색의 복잡한 형체를 몇 개의 모양과 색으로 표시하는 것과 같다. 도시의 색깔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도시를 특정 색깔들로 못 박고 있다. 살아있는 도시를 죽이는 행위이다. 색상의 느낌이나 의미는 맥락에 좌우된다. 맥락에 따라서 붉은 색이 공포의 색이 되었다가 사랑의 색으로 바뀐다. 기존처럼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색깔을 선정하게 하라. 설계한 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축가가 맥락에 맞게 색을 선정할 것이 아닌가. 이후 색상이 잘 칠해진 구역이나 지역을 선정해 '부산다운 색깔지역'으로 선정하고 관광구역으로 지정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길이 아닌지 모르겠다.

부산다운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부산다운 건축에 대상을 수여한다는 것은 적어도 맥락 없이 그런 유형의 건축을 지으라고 묵시적으로 권고하는 것과 같다. 이런 단답형 사고 또한 도시를 특정형태로 고착화하는 행위이다. 특정형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맥락별로 수십 가지 유형의 부산다운 건축을 선발하여 대상, 금상, 은상, 동상 등을 매기는 대신에 이러이러한 점이 부산답다는 전문가의 코멘트를 달게 한다면 이 또한 부산의 미적자원이자 관광자원이 되지 않겠는가. 그럴 때 부산다운 건축은 다채로워질 것이다. 부산다운 건축상의 목적이 부산다운 건축을 다양하게 창조적으로 양산하기 위한 의도에 있다면 대상 또는 금, 은, 동상은 별 의미가 없다.

옛 하얄리아부대 개발안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금의 제임스 코너안(案)은 그냥 공원이다. 그것도 뉴욕, 런던, 파리 등에 위치해 있기에 적합한 공원이다. 우리가 단답형의 시각에서 벗어난다면 그 계획안은 부산의 한 가운데에 위치할 공원이 아니라는 점을 이내 알게 된다. 주위와의 연계 즉 성지곡 수원지, 어린이 대공원, 국립국악원, 부전역 등 심지어 북항재개발까지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는 그 땅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부산에서 공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도심형의 공원에 대한 창의적 논술적 사고가 요구된다. 도시에 딸린 것이 공원이라는 단답형의 틀을 깨자. 도시 중심부로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공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혁신이란 단어를 이제는 아예 습관적으로 입에 달고들 다닌다. 입으로만 혁신이다. 진정한 혁신은 변화와 새로움을 가져온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 부산의 도시건축 문제를 단답식으로 풀지 말고 전후좌우를 숙고하는 논술식으로 풀자.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메이커 스페이스’ 준비상태는? /김동진
깨끗한 선거, 비전 있는 조합 /김주현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정치권, 현안에 목소리내야 /박태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도청도설 [전체보기]
외식 줄이기
대통령의 전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부산·경남 상생 의지 보여준 제2 신항 입지 결정
양승태 구속, 사법부 신뢰 회복 계기 삼아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포도의 변신은 무죄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