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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술 이야기 /권태우

유혹 빠지기 쉬운 가짜양주 제조…비싼 술 일수록 조심해서 마셔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05 20:26:1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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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와 더불어 시작된 지난 추석 연휴는 다소 짧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과 신종플루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 양로원 방문과 같은 훈훈한 온정의 분위기가 줄고 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성묘길 옆에서 간간히 반기고 있는 다양한 색상의 코스모스는 가을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명절이면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혹은 오랜만에 함께 하는 가족, 지인들과의 회포를 풀기 위해 마시는 한 잔술은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특히 벌초를 하거나 산에 올라 땀을 흘린 뒤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는 쌀, 밀, 전분 등을 누룩과 발효시켜 만든 부드러운 웰빙 발효주로서 피로를 달래며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켜주기에 충분하다.

술에는 에탄올(에틸알코올, CH₃CH₂OH)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어 중추신경을 억제하면서 기분을 들뜨게 하는데 매우 독한 술은 영어로 스피릿(spirit) 혹은 리커(liquor)라고도 하며 미국에서는 주류 판매점을 '리커 스토어'라고 한다.

술에 대한 이야기로는 아주 옛날 깊은 숲속에서 자라던 포도가 우연히 오목한 곳에 떨어져 모이면서 자연히 발효되었는데 마침 모여 있던 원숭이들이 이것을 먹고 갈지자 스텝을 밟으며 기뻐하며 황홀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인간도 먹어 보았더니 과연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술이 탄생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것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어 보인다. 술의 재료는 탄수화물(당분)을 포함하고 있는 과일이나 곡물이 반드시 필요하며 첨가하는 효모균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술로 바꾸는 자연 발효과정을 거쳐 발효주가 탄생한다. 포도 발효주인 경우 약 12%, 막걸리나 맥주 발효주는 4~6% 정도 이상을 넘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현상이다. 이러한 약한 발효주를 특수 설비를 사용하여 반복되는 증류과정을 거치면 최대 96%짜리 독한 술 즉, 주정(酒精)을 얻을 수 있다. 주정은 막대한 세금의 재원이 되므로 국세청에서 철저하게 통제되고 공인된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를 통해서만 엄격하게 판매가 이루어진다. 소주병에 적혀있는 희석식 소주라는 표현은 곡물로 만든 주정을 공급받아 물을 타서 16도 혹은 25도로 희석시켰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의 독한 정도를 표시하는 방법은 도(%)를 쓰며 양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용하는 프루프(proof) 단위로 표시하기 때문에 애주가들이 종종 % 도수와 혼동한다. 도(%)수는 프루프값의 절반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 양주는 80proof 라고 적혀있으며 따라서 약 40도(%) 만큼 에탄올이 포함된 것이다.

석유 등에서 뽑아낸 에틸렌을 원료로 하면 값싼 공정으로 공업용 에탄올을 얻으므로 실험실이나 산업체에서 주로 이용한다. 60~70년대 실험실에서 연구했던 선배들은 돈이 없어 몰래 실험하던 공업용 에탄올을 물에 희석하여 마시기도 하였다. 이것이 가짜 술의 원조인 셈이다. 그런 세월을 보낸 선배들이 아직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어떤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공업용 에탄올은 식용으로 사용 못 하도록 의도적으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벤젠 및 독극물인 메탄올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넣어서 시판하므로 이를 섭취하였을 때에는 두통 등의 증세와 더불어 과량 섭취 시 간경화 등에 의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공업용 에탄올은 23만 원 정도면 200ℓ(1드럼)를 살 수 있고 여기에 40도의 양주 도수를 맞추기 위하여 물을 300ℓ가량 섞으면 총 500ℓ의 가짜양주가 된다. 이는 500㎖짜리 양주 1000병에 해당되며 알코올 단가만으로 계산했을 때 한 병당 230원 정도면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범죄형 계산이 나온다. 이런 것을 보면 요즘 같이 험한 시절에는 양주와 같은 비싼 술일수록 집에서 안전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싶다.

다행히 포도주, 맥주와 더불어 단백질, 비타민, 유익한 유기산이나 효모균 등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막걸리나 안전한 소주가 있는 것만으로도 애주가들이 애국도 하면서 스태미나 넘치게 살 수 있는 삶의 위안이 되는 것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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