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누가 토착비리를 키우나 /권순익

부정부패의 반복 뿌리 못 뽑는 건 살아있는 권력에 손 못 대는 풍토 때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춘성 전 울산경찰청장이 얼마 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종 직책이 충북경찰청장이었으나 제복을 입은 기간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낸 그다. 평범한 지방 경찰관이었지만 갑자기 '가도'를 달리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영어의 몸이 됐다. 기자가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에 유·무죄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지난 정부에서 한창 피어날 때의 기세는 안다. 14개나 되는 부산지역 경찰서 중 1개 경찰서장이었을 때도 부산경찰청장이 그의 눈치를 봤다. 경찰청과 검찰청 등의 홈페이지에 그의 비리 의혹을 적시하는 글이 올랐지만 어느 기관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부하가 성폭행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엽기를 저질렀을 때도 그는 영전했다. 당시 부산 출신 정권실세들과 그 사이에 떠돌던 유다른 친분설을 이후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피는 꽃이 질 때를 알겠는가. 이춘성 씨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한창 잘나갈 때 경찰이든, 검찰이든 경고음을 울렸다면 그가 구속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대부분 그때 이뤄진 일들이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삼부파이낸스(주) 사태'는 IMF 충격으로 휘청거리던 부산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회장인 양재혁 씨가 빼돌린 고객투자금 규모가 1116억 원이나 됐고 직접적인 피해자만도 1만 명이 넘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부산경찰청 국정감사에 나섰던 강삼재 의원은 "양 씨가 검찰에 구속되기 전에 부산경찰청이 이미 불법영업 내사자료를 이첩받고도 묵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인 문민정부하에서도 비정상적인 영업행태에 대한 의혹과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단지 검찰이나 경찰이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부산지검은 "정권이 바뀌면 손봐야할 " 대상으로 삼부파이낸스를 지목하기도 했다. 검찰은 과연 정권이 바뀌자 칼을 뺐다. 그것도 지검이 아닌 대검 중수부가 장검을 뺐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상인이던 삼부파이낸스의 투자자들은 이미 '등골이 빠진 뒤'였다.

'토착비리'란 말이 있다. '토호(土豪)'란 말도 있다. 지방으로선 모멸감을 느낄만한 표현들이다. 지방을 무슨 추장들이 지배하는 미개지 정도로 여기는 중앙의 오만한 시선이 담겨있다. 역대 정권이 정권 초기면 들고 나오는 '토착비리 척결' 구호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지방에서 일어나는 비리를 모아두었다가 때가 되면 한 번씩 손본다는 뜻이다. 말이 뜻밖의 진실을 드러내는 때가 이런 경우다. 비리가 있으면 그때그때 처리하면 그만이다. '강도 척결' '도둑 척결' '사기꾼 척결'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따지고보면 토착비리라며 발표하지만 대부분 중앙과 연계된 사건들이다. 잘나가는 권력이 지역비리의 숙주가 되거나, 지역이 권력비리의 숙주가 되면서 부패를 키우는 게 토착비리이다. 재작년 지역건설업자 김상진 씨 로비사건에 얽혔던 이들을 보라. 전 부산시장의 인척이나 부산관광개발 전 대표가 수십억 원대의 로비 약정을 맺은 스캔들의 연못엔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과 전군표 국세청장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김해의 실업가였던 박연차를 정권 차원 스캔들의 주역으로 만든 건, 중앙인사들이었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권력형비리와 토착비리 근절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훨씬 지났다. 부산경찰청은 별도의 팀을 만들어 비리 첩보 수집에 들어갔다고 하고 검찰도 분주히 움직인다고 한다. 덩달아 지역사회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양이다. 검·경에게는 토착비리 수사란 게 '계륵'같은 점이 있다. 결과가 시원찮으면 "괜히 지역사회를 들쑤셔 놓았다"고 핀잔 듣기 십상이다. 고삐를 바짝 죄면 "지역의 씨를 말릴 셈이냐"는 누구의 의견인지도 모르는 여론이 나돈다. 그 뒷전에서는 누군가가 조소를 띠고 있을 것이다.

검·경이 이런저런 시비에서 떠나 수사의 정당성을 얻는 법은 한 가지뿐이다. 빛바랜 권력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 '생성 중인 권력'까지 파헤치는 것이다. 그건 토착비리 수사가 토착으로 끝나지 않으면 된다. 문어다리 한두 개쯤 잘라놓고 '몸통은 다음 기회로' 미루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때를 보며' 미루는 손도 토착비리를 키우는 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5. 5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6. 6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9. 9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10. 10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8. 8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