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누가 토착비리를 키우나 /권순익

부정부패의 반복 뿌리 못 뽑는 건 살아있는 권력에 손 못 대는 풍토 때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춘성 전 울산경찰청장이 얼마 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종 직책이 충북경찰청장이었으나 제복을 입은 기간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낸 그다. 평범한 지방 경찰관이었지만 갑자기 '가도'를 달리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영어의 몸이 됐다. 기자가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에 유·무죄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지난 정부에서 한창 피어날 때의 기세는 안다. 14개나 되는 부산지역 경찰서 중 1개 경찰서장이었을 때도 부산경찰청장이 그의 눈치를 봤다. 경찰청과 검찰청 등의 홈페이지에 그의 비리 의혹을 적시하는 글이 올랐지만 어느 기관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부하가 성폭행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엽기를 저질렀을 때도 그는 영전했다. 당시 부산 출신 정권실세들과 그 사이에 떠돌던 유다른 친분설을 이후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피는 꽃이 질 때를 알겠는가. 이춘성 씨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한창 잘나갈 때 경찰이든, 검찰이든 경고음을 울렸다면 그가 구속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대부분 그때 이뤄진 일들이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삼부파이낸스(주) 사태'는 IMF 충격으로 휘청거리던 부산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회장인 양재혁 씨가 빼돌린 고객투자금 규모가 1116억 원이나 됐고 직접적인 피해자만도 1만 명이 넘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부산경찰청 국정감사에 나섰던 강삼재 의원은 "양 씨가 검찰에 구속되기 전에 부산경찰청이 이미 불법영업 내사자료를 이첩받고도 묵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인 문민정부하에서도 비정상적인 영업행태에 대한 의혹과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단지 검찰이나 경찰이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부산지검은 "정권이 바뀌면 손봐야할 " 대상으로 삼부파이낸스를 지목하기도 했다. 검찰은 과연 정권이 바뀌자 칼을 뺐다. 그것도 지검이 아닌 대검 중수부가 장검을 뺐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상인이던 삼부파이낸스의 투자자들은 이미 '등골이 빠진 뒤'였다.

'토착비리'란 말이 있다. '토호(土豪)'란 말도 있다. 지방으로선 모멸감을 느낄만한 표현들이다. 지방을 무슨 추장들이 지배하는 미개지 정도로 여기는 중앙의 오만한 시선이 담겨있다. 역대 정권이 정권 초기면 들고 나오는 '토착비리 척결' 구호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지방에서 일어나는 비리를 모아두었다가 때가 되면 한 번씩 손본다는 뜻이다. 말이 뜻밖의 진실을 드러내는 때가 이런 경우다. 비리가 있으면 그때그때 처리하면 그만이다. '강도 척결' '도둑 척결' '사기꾼 척결'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따지고보면 토착비리라며 발표하지만 대부분 중앙과 연계된 사건들이다. 잘나가는 권력이 지역비리의 숙주가 되거나, 지역이 권력비리의 숙주가 되면서 부패를 키우는 게 토착비리이다. 재작년 지역건설업자 김상진 씨 로비사건에 얽혔던 이들을 보라. 전 부산시장의 인척이나 부산관광개발 전 대표가 수십억 원대의 로비 약정을 맺은 스캔들의 연못엔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과 전군표 국세청장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김해의 실업가였던 박연차를 정권 차원 스캔들의 주역으로 만든 건, 중앙인사들이었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권력형비리와 토착비리 근절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훨씬 지났다. 부산경찰청은 별도의 팀을 만들어 비리 첩보 수집에 들어갔다고 하고 검찰도 분주히 움직인다고 한다. 덩달아 지역사회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양이다. 검·경에게는 토착비리 수사란 게 '계륵'같은 점이 있다. 결과가 시원찮으면 "괜히 지역사회를 들쑤셔 놓았다"고 핀잔 듣기 십상이다. 고삐를 바짝 죄면 "지역의 씨를 말릴 셈이냐"는 누구의 의견인지도 모르는 여론이 나돈다. 그 뒷전에서는 누군가가 조소를 띠고 있을 것이다.

검·경이 이런저런 시비에서 떠나 수사의 정당성을 얻는 법은 한 가지뿐이다. 빛바랜 권력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 '생성 중인 권력'까지 파헤치는 것이다. 그건 토착비리 수사가 토착으로 끝나지 않으면 된다. 문어다리 한두 개쯤 잘라놓고 '몸통은 다음 기회로' 미루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때를 보며' 미루는 손도 토착비리를 키우는 손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