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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직자의 조건 /오창호

도덕성이 압도하면 바람직하지 않아

정책 등을 두루보는 생산적 사고 필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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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9-09-30 21:24:3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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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후보들의 인사청문회가 정가의 핫 이슈였다.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정을 이끌어갈 막중한 책무를 짊어질 인물들의 됨됨이를 살펴보는 인사청문회이니 그럴만도 하다. 대중 앞에서 마치 알몸을 드러내는 것 같은 검증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이들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실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고 실망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들도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인데 그 정도면 무난한 것 아니냐 하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심한 경우에는 공직 후보자들이 저지른 갖가지 위법, 탈법의 사례들을 보고 공직자로서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법질서 수호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대법관,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본인들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면서 어떻게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느냐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다.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 면제, 학자출신의 경우에 논문 중복 게재, 소득 신고 누락 등 제기된 의혹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사안의 경중이 다르겠지만 목록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후보자의 조건 중의 하나인 도덕성이 모든 것들을 압도해버리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 도덕적 결함을 들추어 공격하게 되면 그것은 승패가 없는 싸움이 되기 마련이며, 결과적으로 그 싸움은 불신과 냉소주의만을 조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간지인 USA TODAY는 정책이나 정치적 이념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정치의 핵심쟁점이 되는 현상을 어린 민주주의, 즉 미숙한 민주주의로 묘사한 바 있다. 듣기가 거북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민주정치라고 하는 것은 도덕이나 능력 면에서 완벽한 엘리트들이 수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민이라는 보통 사람이 주도하는 정치체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와 도덕은 언제나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상의 많은 정치이론들이 그 뿌리를 도덕이론에 두고 있다. 심지어 도덕과 무관해 보이는 경제이론이나 법이론, 예술이론들도 그 밑바탕에 도덕이론을 깔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에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통치하는 나라를 꿈꾼 사람이 있었다. 바로 고대 아테네의 플라톤이다. 그는 철학자 혹은 현인이 통치하고, 군인은 국가의 방위에, 서민은 오직 생산 활동에 전념하는 이상국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플라톤이 꿈꾸었던 그런 위계적인 사회질서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이미 이상사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상적 원칙을 고수하면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는 아마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도덕성보다는 한두 걸음 앞선 정도의 도덕성을 갖는 것이다.

군 입대를 면제받을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입대하겠다는 자세, 굳이 소득신고를 다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진해서 모든 것을 신고하겠다는 자세,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더 내겠다는 그런 적극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리다. 민주주의는 그런 인간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는 소극적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도덕성을 갖춘 인간이 아니라 병역 업무나 세금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관청과 공무원들의 엄정한 법 집행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현실적 인간을 상정하고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비행과 비리를 최소한으로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구체적인 사람보다는 제도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의 초점은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은 물론 그가 살아온 길이나 정책적 입장, 전반적인 국정에 대한 이해의 정도 그리고 임무 수행 능력 등에 맞춤으로써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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