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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2 도시의 반란 /박성조

스스로의 힘으로 지식경제 선봉된 제2의 도시들에서 부산도 배웠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9-09 21:39:0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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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의가 6일부터 8일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프랑스의 마르세유,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한국-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환경조사를 위해 경제사절단을 파견했다는 소식이 며칠 전 국제신문에 실렸다. 이 기사를 접하고 세 도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들 도시는 전부 자국에서 제2의 도시다. 그런 점에서 부산과 입장이 같다. 그러나 이 도시들이 갖는 특징은 부산과는 판이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도시들은 70년대 경제침체의 경험이 있었으나 지금은 각자 자기들 국가에서 지식경제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흔히 대학만 많이 있고, 대학졸업생만 많이 배출하면 이것이 바로 지식경제와 직선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이들 도시에는 비교적 질적으로 고수준에 있는 소수의 대학이 있다. 지식경제가 갖고있는 특징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 IT, 디자인 등에 종사하는 지식노동자를 바탕으로 하는 역동적인 경제, 폭넓은 녹색산업, 그리고 문화·예술과 구조적으로 연결되는 이벤트를 위한 사회간접투자이다. 이로 인한 도시 이미지의 파격적인 개선은 투자가, 거주민, 그곳으로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황홀케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주민참가이며, 중소기업이 앞장선다. 그리고 외부(중앙정부, 외국)의 의존도가 낮고, 자생적이다. 즉 내부로부터의 약동이다. 이 힘은 대단히 무섭다.

바르셀로나와 마르세유는 항만도시이지만 이들은 부산과 같이 죽자 살자 항만을 신설하거나 확대하지 않는다. 물론 기본적으로 지식경제로 가면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두 도시의 항만은 다목적적이다. 그야말로 포괄적인 '해양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운송과 어업은 비교적 저조한 대신 여가산업 조선산업을 강화하고 해양디자인·녹색산업의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건축설계의 선도적 귀재인 가우디, 화가 미로,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의 고향 바르셀로나는 미국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기념탑으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의 시장은 22@Barcelona 프로젝트로 이 도시를 지식경제의 한 기둥인 '문화자산'으로 만들었으며, 유럽의 문화수도로 당당히 승격시켰다.

축구천재인 지단의 고향 마르세유는 프랑스 지중해 니스·칸느, 아비뇽·엑스를 옆에 둔 문화·영상도시로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더욱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소피아 앙티폴리(sophia antipolis)의 과학도시라는 점이다. 이곳은 다국적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곳의 연구소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갖고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지역의 중심지이며 이탈리아 대기업들의 반 이상이 이곳에 본사를 갖고 있다. 기계산업, 자동차산업, 악기제조의 근거지이고 무엇보다도 신문, 출판, 광고산업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취를 감추는 수공예, 피혁산업은 멋진 디자인과 결부하여 고부가가치의 '예술작품'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 많은 예술가, 음악가가 집결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차이이(Chailly), 아바도(Abbado)가 이곳 출신이고, 유럽의 3대 오페라하우스의 하나인 Milano Scala도 이곳에 있다. 밀라노는 전통을 살려, 이것을 미래와 결부시킨다.

부산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많은 대학이 있지만 부산이 지식경제로 가는 데 지금껏 큰 기여는 없었던 같다. 이것은 서울도 비슷하다. 대학졸업생들은 무더기로 부산을 떠나고, 부두의 화물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기잡을 어부도 줄어들고, 배를 탈 선원도 외국에서 데려오고 있다. 부두와 자갈치의 몰락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고령자는 늘어나고, 외국인들은 몰려오고, 부산시의 빚은 늘어난다.

그럼 부산은 무엇을 해야 하나? 부산상의가 방문하는 세 도시들의 '반란의 역사'를 깊히 연구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 세 도시를 누차 방문하고 연구한 적이 있다. 이 도시들의 '반란'의 중심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난용기와 능력이 있었다.

베를린자유대 종신 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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