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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나로호, 그 이후 /이명현

기술적 문제에 더해 사회·정치학적 문제 두루 따져 물은 뒤 사고 백서 펴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9-07 21:34: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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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LV-I이라 불렸던 제게 이름이 생겼습니다. 바로 나로입니다'. 지난 일요일 밤에 나로호 제작부터 발사까지의 긴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방송되었다. '저의 임무는 100kg급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것입니다'. 나로가 1인칭 시점으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영상 이야기는 넋두리이기도 했고, 과거의 기록이면서 또한 미래를 위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나로호 발사 직후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때로는 질책과 탄식으로, 때로는 격려와 희망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8일 민간인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실패 원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나로호 발사 실패(또는 절반의 성공)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몇 차례 연기한 끝에 2009년 8월 19일 오후 5시를 1차 발사 시점으로 정했다. 각종 밸브와 센서 측정 등을 수행하는 자동시퀀스 절차에 따라 발사 준비 작업이 진행되던 중, 발사 7분59초를 남기고 작업이 중지되었다. 자동시퀀스상 고압탱크의 압력 측정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2차 발사 날짜로 8월 25일 오후 5시가 결정되었고 예정대로 나로호가 발사되었다. 이륙 후 216초 후, 나로호 상단(2단)부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 중 한쪽이 분리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230초 후 1단 엔진이 정지되었고, 233초 후에는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되었다. 395초 후, 2단 킥모터가 점화되었으나 남은 페어링의 무게 때문에 자세제어가 불가능해졌으며 위성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발사 454초 후, 2단 로켓의 연소가 종료되었다. 이때 이미 나로호 상단부는 목표 고도인 302km를 벗어난 327km 고도를 비행하고 있었다. 540초 후에는 인공위성이 분리되면서 나머지 페어링 한쪽도 분리되었다. 하지만 이때의 속도는 6.2km/s로 목표한 위성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필요한 속도인 8km/s보다 낮은 속도를 내고 있었다. 660초 후인 오후 7시11분쯤 과학기술위성2호는 최대 고도인 387km에 도달한 후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하였고 대기권 진입 시 소멸되었다. 국내외 언론의 기사를 종합해 보면 '발사 실험 성공, 위성궤도 진입 실패'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로켓발사를 남북 대결 구도를 넘어서 동북아 군비 경쟁 체제 돌입에까지 연계시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썩 내키지 않지만 우리가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현실 문제일 것도 같다.

나로호의 실패 원인은 페어링 분리 실패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로켓발사는 복잡한 단계가 인과적으로 얽혀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오류의 가능성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 안 전광판에 '페어링 분리 완료' 신호가 제때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분리가 성공했다고 발표한 문제에 대해서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단 로켓의 엔진 점화와 종료 단계가 완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문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조사위원 등이 모두 과학 기술계 인사들뿐이라는 것이다. 우주발사체 자체 개발을 준비하고 있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이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직후 왜 갑자기 발사체 규모가 축소되고 발사 시기가 앞당겨지는 방향으로 선회했는지, 협상 대상인 러시아의 관례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우주외교를 펼쳤는지, 이런 정책적인 문제들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말로만 몇 조 원을 되새기지 말고 정말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나로호 발사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는 무엇인지도 따져 물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로우주센터를 격려차 방문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정말 찾아가야 할 곳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이처럼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다각적인 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로호 발사 사고에 관한 종합적인 백서를 발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다음 나로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빠르고도 정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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