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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방의 반란, 한국에는 없는가 /권순익

분권·균형발전 역사흐름 역행하는 행정구역 개편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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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 이래 중앙집권과 관료가 주도해온 시스템을 지방분권과 정치 주도로 바꾸겠다." 일본 자민당 일당 독주를 끝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의 기염을 외신을 통해 접하면서 '지방의 반란'이란 말이 떠올랐다. 20세기 후반 극동의 섬나라에 불과했던 일본을 순식간에 패권 국가로 밀어올린 게 1866년의 메이지유신이다. 이 유신의 주역이 사쓰마번(藩), 죠슈번, 도사번이라는 서쪽의 지방정부들이다. 이들 번의 인사들이 자신들의 번을 포함, 270개의 번을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관료를 내려보내는 현(縣)을 설치하면서 일본은 지방분권 봉건사회에서 중앙집권 관료사회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토야마의 발언은 지방의 봉기로 이뤄졌던 130년간의 중앙집권체제를 다시 지방분권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으로 여기에는 또 한번의 지방의 반란이 작용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사들로 구성된 전국지사회는 자민당 민주당 공명당 등에 지방분권개혁을 약속하도록 철저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정당마다 중앙과 지방의 동등한 입장에서의 협의를 공약으로 명시했고 정부 파견기관의 폐지·축소가 쟁점이 되면서 어느 정당도 이를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봄에는 미군 7함대의 모항이자 고이즈미 전 총리의 고향인 요코스카 시장 선거에서 60대 현역시장이 '지방분권'을 내세운 31세 시의원에게 패배해 전국에 충격을 안겼고 크고 작은 지자체 선거에서 분권 지향의 소장파들이 속속 당선됐다. 지방분권이 정국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흑선(黑船)이라 불린 서양군함에 놀란 일본인들이 피를 뿌리는 내란을 치러내면서 이룬 게 메이지유신이다. 일본인들의 이에 대한 자부심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군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야스쿠니신사도 유신이 성사된 직후 앞서 숨져간 3588명의 유신 지사들을 위해 건립된 것이다. 그 메이지유신의 중핵이자, 근대일본의 상징이었고, 고도성장기의 견인차이기도 했던 중앙집권체제를 일본인들은 제 손으로 지금 허물려 하고 있다. 21세기 다원주의 시대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갑오경장 직후인 1896년, 1부(한성부) 13도 체제로 갈래 잡은 우리나라도 지금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8·15 광복절 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 문제만큼은 공감하고 박자를 맞춘다. 17대 국회였던 2006년엔 여야 합의로 전국의 기초지자체를 60~70개로 묶는 '지방행정체제개편안'까지 만들었다. 이미 뜸은 들일 만큼 들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중앙 정치권 위주의 논의에 분권이나 지방적인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는 정반대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에서 거론되는 개편안의 공통점은 전국의 기초지자체를 묶어 50만~100만 명 규모의 광역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나 조세체계의 변화에 대해선 입도 떼지 않고 광역지자체의 폐지 또는 약화를 전제로 한 지금 같은 개편안은 중앙집권 지속화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16개 광역시·도에도 나눠주지 않은 중앙의 권한을 그보다 규모가 작은 광역시에 줄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기초단체가 사라지면 풀뿌리 주민자치는 통째 흔들릴 게 뻔하다.

국회의원들로선 광역시를 만들어 경쟁자인 시장· 군수· 구청장의 수를 4분의 1로 줄이고, 광역시·도를 폐지해 잠재 대권주자들의 기반을 제거하는 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직접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건 고양이가 "생선 가게 맡겠다"고 나서는 것과 무에 다른가.

100년 전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전환기에서 발 빠르게 국가체제를 바꾼 일본과 기득권에 집착한 집권층 때문에 우물우물 시기를 놓친 조선과 청의 운명은 그 후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주제로의 개편을, 프랑스는 6개의 광역권으로 재편을 추진하는 등 세계는 분권과 균형발전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역사의 흐름에 역진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바로잡을, '한국판 지방의 반란'은 과연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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