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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입학사정관제, 성과 유혹 버려라 /조경근

사정관제 도입…한국선 시기상조

전문사정관 양성 후 대학특성 살려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8-30 20:29: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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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현 정부는 단어도 낯선 입학사정관제를 대학입시의 중요 제도로 채택했는가? 왜 이명박 대통령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 제도를 대학 입시의 근간으로 속히 정착시키려고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서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세계에 유래 없는 사교육비의 병폐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가능해질 수 있는가? 입학사정관제의 대표국인 미국이 이 제도를 채택한 근본 목적은 대학마다 자기들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특히 명문대학일수록 학풍이 뚜렷하기 때문에, 사정관들은 바로 이런 학풍과 대학이 지향하는 교육 목적에 맞는 학생들을 뽑아 들이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에 학풍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교육 목적이 차별화된 대학도 드물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실시는 시기상조다.

미국이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또 다른 중요 이유는 주, 지역, 학교마다 같은 교과목이라도 가르치는 내용이 사뭇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 과목의 교과서 내용이 사실상 동일한데 비해, 미국은 심지어 같은 학교의 '영어' 과목이라도 교사에 따라 교재와 배우는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같은 과목임에도 교재와 교육 내용이 차이가 나고, 입학 지원자들이 이수한 과목들도 학생에 따라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정관이 없는 선발은 어렵다. 더구나 교과와 SAT 성적 외에도 각종 교내외 활동, 추천서, 자기 소개서, 가족 환경, 지역과 계층 및 인종 할당 등 많은 요소들이 입학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모든 요소들을 잘 비교, 평가할 사정관이 꼭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고교 교육 정상화의 단초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고등학교들이 입시 위주가 아닌 다양한 교육 즉 정상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학생 선발을 위해 입학사정관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역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함으로써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해보겠다는 것이다. 안병만 장관이 지난 6월 26일 전북도교육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맞춰 학교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교육 정상화와 사정관제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지금처럼 밀어붙인다고 고교 교육이 쉽게 정상화될 것 같지는 않다.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정실에 의한 선정 등 더 큰 문제점을 만들 수도 있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목표라면, 우선 입학사정관제부터 제대로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려면 각 대학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그리고 원하는 영역에서 실시하도록 차근차근 진행시켜나가야 한다. 미국을 보면, 고등학교 기간의 각종 성취들이 사정 자료이지만, 명문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그 자료 내용상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서 나타나는 지원자의 장래성을 보고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이 학생을 받아서 공부를 시키면 졸업 후 어떤 성취를 보일 것인가가 합격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우리는 전문 입학사정관이 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속도를 내다보니 대학들은 정년퇴임한 교장 혹은 명예교수들을 사정관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그만큼 덜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유명 대학들은 그들대로 제대로 된 인재상 혹은 학풍을 구체화해야 하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대학이라 해도 예컨대 정원의 10%는 이런 학생을 뽑겠다는 특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단편 지식의 효과적 암기와 얕은 이해가 주가 되어 있는 현 교육의 폐단에 수술을 시작할 수 있다.

각 대학이 몇 명의 입학사정관을 두며 정원의 몇 %를 이 제도로 선발하는가가 교과부의 강조사항이 되면 고교 교육의 정상화는커녕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문제점 공방 속으로 함몰될 수 있다. 그러나 각 대학들이 이 제도의 선용을 통해 각기의 인재상을 구축해나간다면 이는 결국 고교교육의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 가시효과의 유혹을 버리고 백년지대계를 차근히 구축해가야 한다.

경성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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