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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한여름 밤의 꿈 /하창식

얽히고설킨 현실 곳곳에 단단한 매듭 멘델스존 음악 청해 화합모습 그려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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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9-07-31 20:30:4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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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첫 날, 여름의 한가운데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이르는 기간,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도 방학이다. 장맛비 그친 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들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추억을 만들고자 바다로, 계곡으로 떠난다.

바캉스를 떠나지 않으면 어떤가. 한여름 대낮, 우물물로 시원하게 등물한 뒤 얼음 둥둥 띄운 화채 한 그릇 먹고, 대자리에 등 대고 한두 시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다 내 것 인양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한 잠 자고 나면 그것이 최상의 피서였다.

오늘은 등물 대신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섰다.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결혼행진곡이 흘러나왔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열 번째 곡이다. 신랑신부들이 퇴장할 때마다 듣는 음악이다. 청소년 시절,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달빛 교교한 아테네의 숲속이 배경이다. 요정들과 4명의 젊은 남녀들의 사랑이 엇갈리며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 이야기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희극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땐, 줄거리가 한여름 밤의 꿈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목에 든 '꿈'이란 단어는 이해가 되었으나, 하필 한여름 밤의 꿈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한여름이어서일까 하고도 생각하였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한여름 밤의 꿈'이 갖는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봄이나 가을엔 어쩐지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 길을 걷는 꿈을 꿀 것 같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엔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맛있게 나눠먹는 꿈을 꿀 것 같다. 하지만 더위에 몸을 뒤척이면서 잠 못 이루는 한여름 밤엔 견우와 직녀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가 되어 주거나, 파리의 지하 하수구를 드나들며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사랑을 이어주는 그런 꿈들을 꿀 것만 같다. 현실 속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찾을 수 없었던 행복 등도 꿈속에서는 모두 이루어질 것 같은 꿈이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닐까. 그래서 여름을 사랑의 계절이라 노래하나 보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그려내는 줄거리처럼, 우리는 현실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갈등과 엇갈림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관계들만 이어지면 좋겠다. 꿈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어느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라 하면서, 단어 '랑' 속에 '함께' 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아빠랑 엄마랑, 형이랑 동생이랑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데 우리 민족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어 놓았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라는 노래가사에 대한 것이다. '아리'랑 '쓰리'랑 어찌어찌 하다 낳은 아기가 '아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버리고 떠난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단다. 아리든 쓰리든,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면 오래지 않아 불행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깊은 의미를 지닌 민요라고 하였다. 강연을 듣는 우리 모두가 폭소를 터트릴 만큼 히트 친 유머였다.
바람직한 사회상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함께 일하게 되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함께 나누면 고통과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과 행복은 배로 커진다. 잘 알려진 그 격언대로, 함께함으로써 우리 삶의 질은 그만큼 더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음악 역사상 최고의 신동이었던 멘델스존. 2009년 8월 초하루 오늘밤엔, 그 천재 작곡가의 '한여름 밤의 꿈' 전곡을 들으면서 행복한 꿈을 꾸어 보아야겠다. 어디 연인 사이에서만 함께 하는 사랑이 필요한가. 차별의 매듭, 갈등의 매듭, 분열의 매듭 등 관계가 얽히는 이런저런 분야에서의 매듭들이 술술 풀려서 모두가 하나 되는, 그런 꿈이라면 하룻밤에 몇 번씩이나 꾸면서 잠 못 이루는 한여름 밤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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