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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민생쇼'는 이제 그만 /조송현

재래시장의 정치인 알고 보면 서민 외면

동네상권 위한다면 정치 통해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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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시장 속의 정치인. 어울리든 그렇지않든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선거 기간이면 정치인의 골목시장 순례는 단골 메뉴다. 소금물에 퉁퉁 부은 생선가게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즉석에서 고등어 몇 마리를 사준다. 서민의 아픔을 새기고 그들을 섬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면이 있을까. 비단 선거 기간뿐 아니다. 어느 정권 가릴 것 없이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은 '정국이 꼬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골목시장을 찾는다.

지금 그 상인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대형 할인마트보다 작은 슈퍼슈퍼마켓·SSM) 때문에 죽게 생겼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부 상인들은 앞으로 정치인들이 시장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겠다며 배신감과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이문동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사 먹으며 친서민정치를 과시했다. 그 자리에서 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곧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현행법상 대형마트 입점을 규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영세상인들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 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막가파식 골목상권 진출을 정녕 규제할 수 없는 것일까.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조정제도가 규정돼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입점하려던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일시정지' 권고를 결정한 것은 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전국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진출에 대해 조정신청을 해둔 상태다. 완전한 방어장치는 못되지만 억제 효과는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11건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또 여야의원 22명이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대정부 결의안도 제출해둔 상태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친서민정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면 영세상인들의 이 같은 하소연에 대해 최소한 "강구해 보겠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 대통령의 재래시장 행보에 대해 '정책없는 민생쇼'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건축을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처리한 부산시의회도 '민생쇼'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발의한 취지는 좋았으나 당초 개정안이 수정통과되면서 'SSM 건축 제한 6개월 유예', '자연녹지지역 대형마트 허용'이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SSM이 들어오면 인근 골목상권은 6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는 게 상인들의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현재 부산지역에만 20~30개의 SSM이 출점 채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6개월 유예'는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

대형마트는 인구 15만 명당 1개가 적정 수준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의 조사 결과다. 부산에는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32개 들어서 있다. 인구 370만 명인 부산은 25개 정도가 적당한데 32개나 되니 이미 과포화상태다. 특히 중소기업청의 '대형마트 출점이 지역중소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유통업체가 점원 1인을 고용하는데 따라 1.8명의 지역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대형마트 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지역 전체 물가는 0.03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나 SSM은 당장은 싸고 편리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상권을 초토화시키고 물가를 올리는 등 전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얼마 전 부산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조사에서도 부산지역 대형마트의 지역 기여도가 낙제 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엊그제 정부와 여당이 SSM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규제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키로 했다. 늦으나마 다행이나 중요한 것은 '개정키로'가 아니라 개정하는 것이다. 지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수두룩 하기에 하는 말이다. 또 다른 민생쇼가 돼선 안된다. 머뭇거리다간 골목상권은 언제 슬럼가로 변해버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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