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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방송법안 재투표는 입법테러 /김승환

부결된 법률안 재투표후 가결 일사부재의도 위배…투표한 날 이미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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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9-07-27 21:10: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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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2일, 4사5입 개헌파동보다 더 추악한 작태가 국회에서 벌어졌다. 민주주의의 생명선이고 국민의 알 권리의 원천인 보도매체. 그 매스미디어에 헌법은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와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본권적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며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헌법적 책무도 아울러 갖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은 근절시켜야 한다. 보도매체는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언론환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극우족벌신문의 존재다. 이들은 국내 신문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극우보수 지향적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지상파방송에 진입하여 방송을 장악하는 경우 이 나라의 여론은 극우족벌매체가 독과점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위협요소는 정권, 자본(재벌) 그리고 극우족벌신문이다.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의 구실로 주장했던 경제살리기, 일자리 창출, 여론의 다양성 존중 등의 기만성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말 한마디로 극명하게 밝혀졌다. "이 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다. 이 법은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원하는 대로 방송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경우, 신문과 자본은 지방방송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소유·경영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 지방의 이야기 없는 지방방송의 시대, 지방암흑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법률안 의결절차를 검토해 보자. 법률안 의결절차는 의장의 투표개시선언→의원의 투표→의장의 투표종료선언으로 이루어진다. 이 요건을 갖추게 되면 그 투표는 유효한 투표가 된다. 투표 불성립은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이다. 법률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가결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부결이다.

정족수에는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가 있다. 국회법 제73조는 의사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한다. 개의한다는 것은 의사와 안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109조는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109조는 투표절차를 거친 법률안이 가결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요건을 2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1단계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투표, 2단계는 투표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다. 이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이라도 채우지 못하면 그 법률안은 부결되는 것이고, 부결된 법률안은 폐기된다. 여기에는 불문의 헌법원칙인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같은 회기에서 다시 투표할 수 없으며, 다른 회기에 다시 법률안을 제출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 투표절차를 보면 의사를 진행한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개시선언을 하자 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되었고 이어서 투표종료선언이 있었다. 투표가 유효하게 성립한 것이다. 재적의원 294명의 과반수는 148명인데, 투표에 참여한 수는 145명이었다. 따라서 부결된 것이다. 그런데 이윤성 부의장은 "투표가 불성립했으니 재투표하기 바란다"고 말하고, 재투표한 후 가결되었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투표는 불성립한 것이 아니라 성립한 것이고 법률안은 부결된 것이다.
국회법은 딱 한군데 제114조 제3항에서 재투표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보다 많을 때에 재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안 투표는 전자투표로 행해졌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 따라서 재투표는 헌법원칙인 일사부재의 원칙과 국회법을 위반한 불법이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투표한 그날로 폐기처분된 것이다. 따라서 날치기 '통과'라는 말도 성립할 수 없다. 방송법안 재투표, 그것은 이명박 정권에 의한 '입법테러'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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