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외국어 교육, 영어만이 능사인가 /장혜영

다양한 문화 지닌 전 세계와 소통이 외국어를 배우는 기본자세 아닐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7-15 21:18:18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국에 들어올 때면 세관 신고서에 몇 일 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나를 써야 한다. 나는 처음 멕시코로 나갔다 들어올 때 만 3년여 남짓 있었기에 얼결에 '천일'이라고 썼었다. 1000일이면 영화 '천일의 앤'에서 앤 볼린이 헨리 8세와 결혼해 딸 엘리자베스를 낳고 암투 끝에 사형될 때까지의 시간이니 그리 짧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한국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던 나는 이 땅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텔미춤'이 뭔지도 모르고 '친절한 금자씨'가 영화 제목인 것도 모르는 별세계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런 내 눈에 한국 사람처럼 생긴 엄마와 아이가 영어로 대화하며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싱가포르 사람들인가, 그런데 정말 한국인 같이 생겼네' 하며 중얼거렸더니 옆에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애 영어교육 시키느라 일부러 영어로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렇게 돌아온 한국에선 영어 광풍이 불고 있었다. 주부들은 자녀들의 영어교육 문제로 밤새 고민을 하고, 직장의 중년 간부가 된 친구들은 승진시험이 영어라며 퇴근 후 늦게까지 영어학원을 다닌다. 신입직원 교육을 맡은 친구는 요즘 신입들이 영어는 잘 하는데 실무는 아무 것도 몰라 골치가 아프다고 투덜댄다.

글쎄, 한국처럼 자국 밖에선 잘 통용되지 않는 언어를 쓰는 경우 외국어도 잘 하면 세계화시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긴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 국민이 영어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까지야 있을까?

멕시코에서 쓰는 스페인어 (에스파냐어, '카스티야어'라고도 함)는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사용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영어에 별로 능통하지 않은 편이다. 일단 워낙 많은 나라들이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통에 주요 서적이나 자료의 번역이 많이 되어 있어 외국어에 대한 목마름이 적은 편인데다 철학이나 의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서는 로망스어 계열인 스페인어가 오히려 기초학문의 원천인 라틴어의 원형을 많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인 것이다. 영어와 스페인어는 언어 표현 체계가 달라서 영어로 얘기하면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를 잘 알아들으면서도 말은 스페인어로 하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는데 그런 것에는 '언어는 바로 우리의 문화'라는 문화 보호주의적인 측면도 크게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20여 스페인어권 국가의 언어적 모국인 스페인의 경우 극단적인 자국 언어 보호 정책을 취해서 한때는 외국 영화도 전부 스페인어로 더빙을 해 극장에서 상영했었는데, 과거 식민시대의 영광을 잃어버린 스페인이 지금도 계속해서 세계 20여개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세력 국가로 남을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스페인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들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접근하느냐 아니면 그저 영어로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멕시코와의 인연이 다 끝나지 않았는지, 1년 반만에 나는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다. 집에 케이블 TV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한국의 아리랑 방송이 새롭게 나오고 있었다. 영어 위주 방송이라 멕시코 사람들이 즐겨 보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그새 더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 같아 흐뭇하게 보았다. 그런데 채널을 돌려보니 중국의 CCTV 또한 새 채널로 송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중앙방송은 100%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CCTV 에스파뇰' 채널을 만들어 전 세계 스페인어 국가에 송출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의 핵심이고, 그 나라의 간판이다. 나의 언어도 잘 모르면서 외국의 언어를 잘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외국어를 잘 구사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언어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외국어 인력을 양성한다면 왜 그것이 오직 하나 영어야만 할까? 우리가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은 다양한 문화를 지닌 전 세계의 사람들이지, 영어를 쓰는 나라의 사람들만이 아닌데도 말이다. 영어 교육 때문에 기러기 아빠의 경우와 같은 가족의 해체마저 불사하고 있는 지금, 그 현상을 강요하다시피 한 정책 당사자들은 '언어'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 박사 과정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2. 2류현진 11승…사이영상 경쟁자 “셔저 긴장해”
  3. 3태풍 ‘다나스’ 부산 심하게 할퀴고 갔다
  4. 4[부동산 깊게보기]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5. 5[세상읽기] 신물산장려운동 /원성현
  6. 6‘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7. 7[도청도설] ‘파리 목숨’ 감독
  8. 8[국제칼럼] 감독 바꾼다고 롯데가 달라질까 /안인석
  9. 9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10. 10[서상균 그림창] 물 국회
  1. 1조국, 연일 對日 '항전' 주문…"겁먹고 쫄지말자…싸워 이겨야"
  2. 2‘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3. 38월 한미연합연습 명칭…'동맹' 대신 '전작권 검증연습' 검토
  4. 4바른미래·평화당 각 정파 ‘제3지대 신당’ 동상이몽
  5. 5조국 “쫄지말자” 연일 대일항전 촉구…야당 “선동질 말라”
  6. 6미국 볼턴, 한일 순방…양국갈등 중재 나설까
  7. 7정의당 부산시당 새 위원장에 현정길
  8. 8여야, 일본 대응 초당적 기구 금주 실무협의
  9. 9청와대·5당대표 ‘초당 협력’ 무색…여야, 추경무산 또 “네 탓”
  10. 10
  1. 1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2. 2‘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3. 3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4. 4 원전 해체 강국으로 가는 길
  5. 5“해체계획 철저히 세워 안전하게 진행된다면 경제효과 저절로 발생”
  6. 6정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 2730억 원 확정
  7. 7보험설계사 정보 공개된다…통합시스템 22일부터 개시
  8. 8한국, 10대 수출대국 중 가장 가파르게 수출 감소
  9. 9타지역 출신 청년 24명에 임대주택 제공
  10. 10위기의 대형선망 선단감축 가속화
  1. 1부산진구 348㎜... 태풍 다나스 소멸했지만 부산 곳곳 난리통
  2. 2버스 내릴 때도 교통카드 터치해야…부산시 할인방식 변경
  3. 3부산 센텀시티 지하 하나로 연결한다…민자개발 추진
  4. 4태풍에 거대 쓰레기장 된 광안리해수욕장…아쉬운 피서객들
  5. 5‘그것이 알고싶다’ 황주연 전처·내연男 상대로… “11년째 수배전단에”
  6. 6한국 기대수명 82.7년, OECD 상위권…건강염려증 높아
  7. 7고유정 독방요구 했지만… “현재 재소자·교도관과 잘 지내고, 밥도 잘 먹어”
  8. 8 경북 상주 지진… “청주 대전 등지에서도 흔들림 느껴”
  9. 9영화 ‘도둑들’ 출연배우 임달화, 행사중 흉기에 복부 찔려...피의자 조사 중
  10. 10황하나 ‘아버지 경찰청장 베프’ 자기 말 부인… 105일만의 석방
  1. 1 도스 안요스 신성 레온 에드워즈와 맞대결
  2. 2토트넘 VS 유벤투스 손흥민 선발 출전 “호날두 나와” TV조선서 중계
  3. 3'사이영상 경쟁 희비' 류현진 11승, 셔저는 복귀 연기
  4. 4광주세계수영=김수지 銅·우하람 4위…역대 최고 성적 올린 한국 다이빙
  5. 5UFC ‘약대 파이터’ 손진수 첫승 재도전… “데뷔전 이후 10개월 만 중계는?”
  6. 6스파이크 연습만 해도 "우와∼" 부산 깜짝 배구 열기
  7. 7광주세계수영=수구 골키퍼 이진우, 안면블로킹 투혼 "50번 맞아도 괜찮아"
  8. 8추신수, 일주일 만에 시즌 16호 홈런 '쾅'
  9. 9광주 첫 패배 불구, 아이파크, 통한의 자책골로 승점 차 못 줄여
  10. 10광주세계수영=여자 계영 400m서 대회 첫 한국신기록 '3분42초58'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기고 [전체보기]
약사 위상강화와 전문 보조인력 필요성 /정연일
오징어 금지 체장 강화? 현장 소리 듣길 /정성문
기자수첩 [전체보기]
창업 정책 보는 시각 교정할 때 /민건태
수변공원 해법, 야구장에 있다 /김진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의 세상, 그 우화의 이면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음악과 통일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권을 넘어설 지위는 없다 /이병욱
한국 ‘기술독립’이 급하다 /조민희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리 목숨’ 감독
합리적 보수의 죽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데이비드 호크니의 첫 생각
낭독의 문화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은근한 풋내, 곤드레밥
대통령도 즐긴 화포 메기국
사설 [전체보기]
동남권 관문공항 시민 체감도 높이는 이슈화 고민을
6월 국회 끝내 빈손…언제까지 네 탓 공방만 할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바람둥이 화가의 영원한 사랑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이홍 칼럼 [전체보기]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선거제 개혁 제대로 이뤄질까
부산시 정무라인을 향한 시선들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7월의 음악예찬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온도
와인 속의 삼총사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를 흠모한 이한복
1952년 부산 영도 해안
  • ATC 부산 성공 기원 달빛 걷기대회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