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수, 혼돈 세상의 덫 /박창희

눈이 핑핑 돌 지경인 허망한 숫자놀음 벗어날 길은 무리수 거두는 것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수틀리다'는 말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의 동사다. 수가 틀리니 계산이 바로 될 리 없고, 진단과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우리 주변의 수 놀음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핑핑 돈다. 요술인가 싶으면 현실이고, 실체를 알고 나면 허망해진다.

수(數)는 셀 수 있는 사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이다. 수학에서는 자연수·정수·실수 따위로 구분한다. 중학교 때 배웠을 것이다. 실수(實數)는 유리수와 무리수로 돼 있고, 무리수는 '실수이면서 정수나 분수 형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수'라는 것. 무리수는 어렵다. 해석학에선 극한·연속 따위의 개념으로 쓴다지만,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문제 하나. 무리수의 한자어는? ①無理數 ②無理手.

아닌 게 아니라 수가 문제다. 그 때문에 수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의 수가 다르고 국민이 이해하는 수가 다르다. 재벌의 수, 정치의 수, 언론의 수 또한 셈법이 제각각이다. 국민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가령 삼성전자가 몇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거나, 권력자가 수천 억을 해먹었다고 할때 그 수는 분석되지 않는다. '많다'는 느낌이 강할 뿐이다. 횡령액이 수백 억을 넘게 되면 500억 원이나 700억 원이나 오십보백보다. 200억 원의 무게는 종잇장 만큼이나 가볍다.

정부가 4대 강 살리기에 쏟아붓기로 한 예산을 보면 '수'가 허망해진다. 4대 강 예산은 지난 4월 중간발표때 13조9000억 원에서 한달 반만에 16조9500억 원으로 늘었다. 연계사업을 포함하면 22조2000억 원이다. 22조 원은 전국민이 70만 원씩 내야 만들어지는 돈이다. 첨예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업을 강행할 태세다.

천성산 지킴이로 통하는 지율스님은 지난 2년동안 거리에서 '수치 횡포'에 맞서 싸웠다. 일부 언론들은 지율스님이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2조5000억 원의 국가적 손실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수치였기에 스님은 소송과 반론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오산(誤算)이자 오보임을 밝혀냈다. 2조5000억 원이란 손실액은 145억 원으로 낮춰졌다. 해당 언론은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 보도를 냈다. 그뿐이었다. '2조5000억-145억= 2조4855억'이란 차액은 공수표였다. 2조4855억을 부풀린 죄는 누가 져야 하는지 우리 사회는 입을 닫고 있다.

스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 놓았다. "나는 이 소송과 반론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악령이 자라는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정되어야 할 수치는 손실액이 아니라, 손실액에 빼앗긴 우리의 본마음이다."

600만 달러. 이는 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모는 데 작용한 수치다. 대통령은 실체도, 소유도, 용도도 분명치 않은 유령같은 돈다발에 수모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통함이 분노로 변하는 지점 역시 바로 '수'였다. 도덕적인 자에게는 가혹할 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이에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잣대는 누가 재단한 것인가.

'수'는 일상생활을 강고하게 지배하는 심리적·물질적 기제(機制)다. 은행에선 단돈 천원의 대출이자가 밀려도 독촉전화를 한다. 몇 백만 원을 어쩌지 못해 목숨을 버리는 서민이 있다. 돈이 곧 목숨이다. 자본주의는 천태만상의 수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자기 증식에 눈먼 자본은 보이지 않는 '덫'을 쳐놓는다. 덫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혼돈 세상은 수의 관성을 부채질한다. 수가 돈이고, 많은 수가 이윤이며, 더 많은 수가 경제라고 가르친다.
수가 무섭다. 머릿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거대 여당의 독주가 무섭고, 조 단위의 예산을 단시일에 편성하는 정부의 속도전이 무섭다. 무슨 수가 없을까. 한가지 대안은, '수'를 거머쥔 측이 무리수를 거두는 것이다. 그게 '마음 속 악령'을 지우는 길이고 모두의 불행수를 피하는 길일 테다.

앞서 낸 문제의 답은 ①번이다. ②번 무리수(無理手)는 바둑에서나 아주 가끔씩 통하는 수다. '무리수가 무리수를 부른다'는 바둑 격언은 일상생활에서도 유효하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수영·동래 청약 조정지역 유지
  2. 2미래차 격전지서 ‘국산 신병기’들 베일 벗다
  3. 3부산을 적정도시로 <9> 도시계획의 교과서 포틀랜드
  4. 4“50년 숙원 부산노인회관 건립…실버정책 총괄할 것”
  5. 5박유천, 마약한 적 없다더니…국과수 “다리 털서 양성 반응”
  6. 6U-20 월드컵 뛰러 왔는데…이강인 동료 부상에 짐 쌀 판
  7. 7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294>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8. 8판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 지역건설사도 사업 가세
  9. 9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8> 남해·삼천포 앵아리
  10. 10버스조합 - 노조, 주 52시간 시행 협의 평행선
  1. 1 바른미래당 이언주 탈당 심정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도..”
  2. 2이언주, 오후 3시 탈당 기자회견… 영도 출마 가능할까
  3. 3패스트트랙 두고 정치권 일제히 의원총회… 급박하게 돌아가는 여의도
  4. 4김홍일 전 의원 5·18 국립묘지 안장… 이희호 여사는 아들 사망 몰라
  5. 5패스트트랙 민주당 만장일치 추인, 추인 뜻은?
  6. 6오거돈 부산시장-‘투자 귀재’ 짐 로저스, 23일 경제 현안 단독 대담
  7. 7부산 중구, 대청큰마루터 기상전시관 운영협약 및 개관식 개최
  8. 8연구소·직업 활용…사무실 못 내는 원외들의 생존경쟁
  9. 9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슬로건 ‘새로운 노무현’…5월 서울·봉하서 추모행사
  10. 10한국당 “좌파 독재플랜 목숨 걸고 막아야”, 4당 “시대적 과제…탄핵연대 부활” 역공
  1. 1미래차 격전지서 ‘국산 신병기’들 베일 벗다
  2. 2 산재 예방 모범 기업
  3. 3르노삼성 트위지 ‘이동 커피숍’ 변신…“청년사장님 지원합니다”
  4. 4부산혁신센터, 민간창업카페 입주자 모집
  5. 5르노삼성 시뇨라 사장 “내수 회복·부산공장 정상화 투 트랙”
  6. 6시트로엥, 컴포트 SUV 뉴 C5 에어크로스 출시
  7. 7“산업재해 줄이려면 안전의식 개선해야”
  8. 8 태양산업 정기상 회장
  9. 9베트남 수출상담회서 ‘부산 화장품’ 80만 달러 계약
  10. 10판 커진 공유 오피스 시장, 지역건설사도 사업 가세
  1. 1필리핀 지진 불의 고리 흔들… 마닐라 시민 가슴도 철렁
  2. 2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 성폭행 시도 20대에 징역 10년 구형
  3. 3치매로 인한 식탐..냉면사리에 기도 막혀 사망
  4. 4윤지오와 김수민 작가 갈등 핵심은 윤지오 수익 사업 “거짓말 누가하나”
  5. 5“베트남산 다이어트차 바이앤티 먹지마세요” 2억원치 넘게 이미 팔려
  6. 6김수민 작가 박훈 변호사 선임 ‘이쯤 되면 이슈 전문?’
  7. 7필리핀 규모 6.3 지진 발생 ‘마닐라 흔들’
  8. 8광안대교 충돌 러시아선박 선장 음주·도주 혐의 모두 부인
  9. 9해운대 운봉산 화재 원인은 쓰레기 소각 실화
  10. 10“폐비닐 태우려다 축구장 28개 면적 태워…” 해운대 운봉산 화재 실화자 검거
  1. 1김원석 한화 방출 당시 대화 내용 보니… 감독·치어리더·팬 등 무차별 비난
  2. 2첼시 번리와 무승부… 프리미어리그(EPL) 4위 경쟁 누가 우위
  3. 3첼시 번리와 무승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가시권… 막판 순위싸움 점입가경
  4. 4U-20월드컵 이강인 돌발 변수……"소속팀 체리셰프 부상에 복귀 검토"
  5. 5LPGA '슈퍼루키' 이정은·KLPGA '루키군단' 누가 셀까
  6. 6U-20 월드컵 뛰러 왔는데…이강인 동료 부상에 짐 쌀 판
  7. 7K리그 내년부터 '동남아 쿼터' 신설…'베트남 더비' 가능할까
  8. 8오승환, 231일 만에 승리투수…추신수 멀티 안타 활약
  9. 9탁구세계선수권 헝가리서 개막…한국, 우승 향해 순항
  10. 10EPL 4개 팀, 물고 물리는 4위 고지전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센텀 2지구 /이갑준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아직 피는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신심범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나무 의사
군국의 망령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새 대표 선출 공동어시장, 공영화 후퇴하는 건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추인, 한국당 마냥 반대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