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창식

불꽃같은 인생 故 장영희교수 삶 오늘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의 울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6-19 20:35:43
  •  |  본지 23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소식 하나를 접하곤 아침 내내 행복했다. 지난 8일,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쓰지 노부유키란 일본인 젊은 피아니스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태생 시각장애인인 그가 눈 대신 마음으로 연주하여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다. 언젠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야의 보도를 접했을 때도 그랬다. 자신들의 삶이 처한 역경과 고난에 무릎 꿇지 않고 위대한 인간승리를 일구어낸 그 젊은이들의 삶이 너무나 향기롭고 아름다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쓰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매달 초순이면 우리 집 우편함에 둥지를 틀고 앉는 소책자 생각이 났다. 후원회원들에게 보내주는 어느 수도회의 정기간행물이다. 우편함 속에 빠짐없이 자리잡은 그 책자를 달마다 손꼽아 기다렸다. 책장을 열면, 첫머리글로 언제나 등장하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글 때문이었다. 글을 읽을 때마다 내 몸을 휘도는 삶의 짙은 향기 때문이었다.

절실하리만치 긍정적인 삶의 자세, 이웃과 장애인들에 대한 가슴 뜨거운 사랑 등등. 그 분의 글 속에 버물려 녹아있는 용서, 희망, 배려, 감사. 글마다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그분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무엇이 그분의 글들을 그렇게 따뜻하게 할까 늘 궁금했었다.

그분의 타계와 함께 언론보도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수 년 동안 모 월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발표하면서 이미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한 영문학자임은 미처 알지 못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됐으나 역경을 딛고 일어서 교수가 된 분이었다. 유방암, 척추암을 견디고도 용감히 살아남았으나, 세 번째 자신에게 다가온 간암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5월 9일, 향년 57세로 작고한 분이다.

그랬구나. "육신의 고통을 이기고 아름답게 승화한 그분의 삶 자체가 진한 향기였으므로, 그 삶이 묻어난 그 글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삶의 질이 그토록 아름다웠기에 독자들의 영혼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장 교수가 남긴 유작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책장을 펼쳤다. 그동안 그 소책자에 실렸던 글들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읽을 기회가 없었던 주옥같은 글들이 하나하나 내 가슴에 깊은 감동의 울림을 선사하였다. 이제 더 이상, 내게 달마다 배달되는 그 소책자에서 그분의 글들을 읽을 수는 없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분이 남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더, 더없이 고귀한 삶의 질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을 사는 축복을 누리면서 살아갈 뿐"이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암으로 말미암아 오랜 투병생활을 하다 잠시 고통이 멎은 시절,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쓴 그분의 글을 읽고 가슴으로 눈물 흘리지 않을 독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리 영혼을 눈뜨게 만드는 좋은 글들을 쓰신 그분의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내친 김에 장 교수의 다른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도 구입해 읽었다.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한 일, 유학생활 마치고 귀국한 틈에 허름한 옷에다 목발 짚고 명동 옷가게에 들렀다가 거지로 취급당한 일을 겪은 뒤, 순전히 거지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해 출근 전 10분의 시간을 바쳐 화장을 한다는 고백 등을 담담히 그려내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지를 이야기해주는 글들을 읽으면서, 내 가슴 속으로 배달되는 희망의 진한 메시지를 느꼈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문학의 숲을 거닐다' 서문).

부산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미래 수산식품산업을 생각하며 /남택정
진실의 순간(MOT·Moment Of Truth) /빈대인
기자수첩 [전체보기]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부산시의 가덕신공항 배수진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김복동을 잊지 말자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로저스의 방북
역사왜곡처벌법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국면 맞은 신공항, 부산시 치밀한 전략이 관건
수빅 리스크 해소 한진중, 뼈 깎는 자구책 마련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포도의 변신은 무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