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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심란한 세상과 예의 없는 사람들 /탁석산

DJ "MB 독재" 발언, 한나라 "김대중씨···", 북한 핵실험 뉴스 등 왜 거친 언사뿐인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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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9-06-16 20:50:4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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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란하다.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쁜 나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기를 바랄 뿐인데 그냥 내버려두질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쳤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대중 씨'라고 부르면서 강하게 비판하였고, 어느 국회의원 지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살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단계별로 심란하다.

우선 전직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현직 대통령에 대해 독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심란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다는 비판은 흔하고 또 사실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정부가 독재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실제로 독재라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일반 국민이 '2MB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공공연히 시위하기도 힘들 것이다. 특정인이 감금 상태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이 거의 모두 이 정부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재라는 말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런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아니라 '씨'를 사용한 것 역시 우리를 심란하게 한다. 전직 대통령의 표현이 지나치고 적절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예의까지 저버리면 곤란하다. 특히 공당의 논평으로는 더욱 더 적절하지 않다. 국가의 통합과 안정을 바란다면 아무리 지나친 표현이 나왔다 해도 예의를 갖추면서 반박하는 것이 옳다. 전직 대통령의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잘 알겠으며 왜 독재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살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서로에게 기본 예의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 핵도 우리를 심란하게 한다. 일반 시민이 보아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십 년 간 남북 화해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수많은 회담이 있었고 엄청난 돈이 투입되었다. 금강산, 개성에 관광도 가고 개성공단도 조성되었고 남북 정상이 만나기까지 했으니 한반도에 평화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최고조의 긴장이다. 일반 시민에 대한 배신이 되고 만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면 지난 10년간 북한 전문가라고 대우 받으면서 정책을 주도하거나 매스컴을 장식했던 사람들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북한의 2차 핵실험 전에 매스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핵실험이 있은 후에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여러 가지 해설과 예측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해서 한동안 각종 시나리오가 나왔었고 햇볕정책을 펼치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핵실험이라는 것이 잘은 몰라도 1~2년 준비해서 되는 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꽤 오랫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태도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핵실험이 있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책임자들이 한마디라도 자신들의 오판에 대해 인정해야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대책은 그 다음 문제고 일단 심란함이라도 가셔야 되지 않겠는가.

요즘처럼 심란할 때 나는 한발짝 떨어져 세상을 보기 위해 세상사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을 읽는다. 우연한 기회에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시핑 뉴스'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세상의 난타전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인생의 본질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나 피폐해진 마음을 적실 수 있어 좋았다. 가끔은 세상 밖으로 나가 보는 것도 좋다.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위안과 희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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