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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북핵 복합위기에 포괄적 대응해야 /서주석

강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핵위협에 흔들리지 않아야 정확한 대처 가능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03 20:14:3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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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을 이어온 북한 핵문제는 마치 구름낀 달밤, 먼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밝은 달빛 아래 호기있게 걷다가도 달빛이 구름에 가리면 갑자기 제대로 가는지 분간할 수 없다. 머뭇거리면서도 조금씩 발을 내딛다 보면 다시 달빛이 비치고 그제야 안심이 되어 길을 재촉한다.

핵문제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9일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한 대북 제재에 대해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등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경수로발전소 건설 결정과 핵연료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처럼 북한이 이를 실제 강행할 경우 핵실험, ICBM 발사, 우라늄농축 등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대형 안보위기로 발전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북핵 1차 위기의 핵심적 논란은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에 관한 것이었다. 1994년 5월 북한이 5MWe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하여 재처리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가 논의되고 미국은 주한미군 증강 등 군사적 대책을 검토했다. 2차 위기는 농축 우라늄 의혹에서 불거졌다. 2002년 10월 미국의 대북 특사가 이 문제를 거론한 뒤 이어진 논쟁 국면에서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파기되고 북한은 핵개발을 강행했다.

그에 앞서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때에도 소동이 크게 일었다. 마침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이 대두된 상황에서 북한이 다단계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일은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였다.

이번 북한의 위협은 과거에 비해 크게 심각한 것이다. 이제 재처리 정도가 아니라 2006년 10월의 핵실험에 이은 제2차 핵실험이 단행될 것이고 그 경우 아직 불완전한 북한 핵장치(nuclear device)의 신뢰성이 증대된다. 우라늄 농축도 의혹 수준이 아니라 이란식 핵개발 논란으로 당연히 이어질 것이다. 또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이 아니라 6000km가 넘는 ICBM의 시험 발사는 미본토를 직접 위협하고 MD에 관한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는 등 커다란 안보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결국 그들의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핵능력을 격상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협상을 시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당장 그들의 엄포에 국제사회는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위협이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며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고 같은 날 열린 중·일 총리회담에서도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북한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지만 제재 강화 등 당장의 대응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척 차분한 이와 같은 대응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 들어가지 않으면서 향후 상황을 국제 협조하에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함으로써 섣부른 위기 고조를 차단함과 아울러 냉정하고 엄밀하게 대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우리가 가장 민감한 처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5기 내외의 핵장치가 몇 기 더 늘어나거나 초보적 수준의 ICBM 발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초강대국 미국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군사위협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유사시 한반도 전장에서의 사용 가능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며 우라늄 농축도 외부로부터의 경수로 공급을 통한 핵문제 해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결국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복합적으로 제기된 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의 주도적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의 포기, 경수로 계획 및 탄도미사일 위협의 중단에 대해 유관국의 상응 조치가 효과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우리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벽이 가까울수록 어둠은 짙어진다. 지금의 이 어둠을 여명으로 이끌기 위한 지혜가 어느 때보다 더욱 요망된다.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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