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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의료계 /변영상

의료관광 사업의 1차 수혜자 의료계 구체적 행동 않고서 지원만 바라면 곤란

  • 생활과학부장
  •  |   입력 : 2009-04-29 20:52:5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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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의 하나로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육성하려 그동안 금지해 왔던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는 등의 개정 의료법이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해가 쉽게 의료관광으로 부르는데 정확하게는 글로벌 헬스케어(Global healthcare), 즉 국제의료 사업으로 정부의 5대 고부가 서비스 분야에 포함돼 있다. 의료를 산업으로 이해, 규제 빗장을 풀어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국제적으로 키워보자는 것이다. 목하 전국 각 시도가 이 사업에 관심을 쏟는 가운데 부산시와 지역 의료계도 시동을 걸고 있다.

우리의 기대대로 의료관광이 '돈'이 되고 '파이'가 커진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가 될까. 두말할 것 없이 유치한 외국인 환자를 진료, 치료하는 의료기관과 의사들이다. 부차적으로 숙박, 쇼핑, 관광업계 등도 혜택을 볼 것이다. 물론 의료관광이라고 해서 모든 진료분야가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뛰어들기에 시장성이 떨어지는 병원과 치료과목도 있다. 의료관광이 '그림의 떡'인 병원이 있지만 한껏 기대치를 높여 볼 만한 쪽도 적잖다. 따라서 외국인 환자를 필요한 병원으로 서로 보내주는 이송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다면 '소외 영역'이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없지 않다.

그러면 1차 수혜자가 될 의료계는 과연 신 성장동력으로서 의료관광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태세가 돼 있는가. 물론 개정 의료법이 시행돼도 아직 준비가 부족하고 상황 전개 예측이 어려워 당장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또 사업에 동참하고 안 하고는 의료기관 각자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의료관광을 산업으로 보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 불을 댕겨 놓았으면 누구보다 병원과 의사들이 실천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접한 부산의 의사나 의료기관들의 생각과 일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사실 회의감이 앞선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짜기보다 서로 꿍꿍이속을 달리하면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분위기가 일각에서 느껴져서다. '가만히 있어도 시나 구청에서 홍보, 마케팅에 나서겠지' '특화된 지역과 병원엔 예산 지원도 하지 않겠나' 등 엉뚱한 기대만 잔뜩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개인 루트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거나 실천에 옮기려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의료기관도 있다. 이런 '의지'를 보이는 한편에선 거창하게 지역발전 견인 운운하면서도 '잿밥'에만 신경 쓰는 몰염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5% 안에 드는 고소득자들이다. 병원은 이런 사람들이 모인 권위와 문턱 높은 '갑'이고,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을'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사실 상대적 약자인 일반 서민들은 의료관광이 우리 지역에, 개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보자며 의료관광을 띄웠는데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생각한다는 게 '지원받을 예산 좀 없나'식이면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왜 약자인 시민의 세금으로 강자인 병원과 의사를 도와야 하나. 일을 하다 보면 행정기관에서 거들 부분도 있으나, 우선은 의료기관들이 민간주도로 해야 이치에 맞다.

지금 부산 의료계의 고민 중 하나는 환자 역외 유출 문제이다. 수도권 병원들이 발 빠른 첨단장비 도입과 시설·환경 개선, 효율적인 마케팅 및 홍보 전략으로 신뢰와 인지도를 높이며 지방 의료시장을 잠식 중이다. 최고를 선호하는 의료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며 지방과 서비스 질 차이를 벌리고 있다. 교통의 편리로 접근성도 높아져 이를 장점으로 하던 지방 병원의 메리트마저 없어졌다. 이렇게 지방 병원들이 어려움에 처한 데는 자본, 마케팅력의 차이와 환자들의 막연한 서울 동경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이에 대응해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한 의료기관 자신들의 탓이다.

의료관광은 이를 타개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 감나무만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으니 이런 난센스도 없다. 시대의 흐름이라 여기는 속셈만 하지 말고 감나무에 올라가든지 장대라도 만들어 흔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기관에서도 여론도 도와줄 이유가 없다.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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