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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터넷 공화주의와 연결된 시민 /이명원

부시 민주주의 퇴행 고어 인터넷서 대안

MB정부 인터넷통제 어디 가당한 일인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3-18 20:30:3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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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의 집권기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매우 심각한 상태로 퇴행시켰던 시기라는 사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시는 집권 초기부터 21세기가 새로운 '전쟁의 세기'가 될 것임을 공언했고, 결국 그 전쟁은 '테러리즘'과 같은 보이지 않는 전선과의 싸움으로 귀결되었다. 한 가지 기묘한 것은 그의 복음주의적인 전쟁관에 깃들기 마련인 계시록 풍의 '아마겟돈 전쟁'은 현실 속에서 결코 현시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승리로 미국의 권력변환이 이루어졌을 때, 미국은 대외채무를 잔뜩 짊어진 늙은 공룡과도 같이 전락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들이 역사적으로 비난해마지 않았던 군부독재의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진보적 사회비평가인 나오미 울프는 '미국의 종말'이라는 저작을 통해서, 다채로운 사례와 증거를 거론하면서 조지 부시의 미국이 얼마나 괴물적인 정권이었는가를 규탄하고 있다. 미국의 영토 밖에 비밀수용소가 건설되었고, 전쟁산업에 정규군 이외에도 준군사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었으며, 일반시민들은 지속적인 사찰에 노출되었고,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체포가 이루어졌다. 언론자유는 봉쇄되었고,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자는 '국가반역죄'로 기소되었으며, 법의 지배는 전복되었다.

클린턴 정부 당시 부통령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안적인 세계화를 고민하는 앨 고어는 이런 미국의 현실을 그의 책 제목대로 '이성의 위기'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건국시조들이 '미국'이라는 공화국을 건설했던 당시 제헌헌법의 이상에 비할 때, 부시가 집권했던 오늘의 미국이 얼마나 타락한 사회인가를 나오미 울프와 비슷한 심정으로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에 대한 강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앨 고어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복원할 수 있는 민중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그것을 인터넷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있는 이른바 '연결된 시민'에게서 찾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이 오늘의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촘촘하게 대중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 공론장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유력한 정치세력화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대의제의 한계를 대체한 시민들의 직접행동의 가능성과 공화주의적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은 인터넷 공론장이라는 것이 앨 고어의 생각이다. 현실정치에서의 '미국의 몰락'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의 복원을 통해 '이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앨 고어의 생각이다.

이런 미국 지식인들의 주장을 경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성찰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앨 고어가 강조하는 사이버 스페이스로 '연결된 시민'의 존재는 한국의 경우 이미 난숙한 경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공론장도 기술적으로는 이른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촛불항쟁기를 관통하면서 인터넷 토론방인 '아고라'와 같은 곳에서는 한국사회의 심층적인 의제가 매우 역동적으로 개진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집권 정치계급은 '인터넷 공화주의'의 개화를 전혀 반기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안시하여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 공화주의를 제한하기 위한 각종 악법을 발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를 포함한 네티즌에 대해 구속수사를 감행하고, 최근에는 그 이름도 생소한 '전문 시위꾼'을 검거하겠다며 100여명에 이르는 수사진을 구성해 '아고라'의 게시물뿐만 아니라, 위법혐의가 예상되는 네티즌의 이메일 계정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희망은 '연결된 시민'인데, 거꾸로 오늘의 정치계급은 엿장수의 가위처럼 이 연결된 시민들을 단절·고립시키는 데 필사적인 치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억압통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조지 부시와 프랑스의 사르코지의 치안통치방식이 결합된 것이 오늘의 이명박 정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 상황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을 것인가.
조지 부시의 시절은 갔고, 사르코지의 집권은 위기에 빠져 있다. 인터넷 공화주의는 여전히 힘이 세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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