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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답은 농촌에 있다 /이지양

불행 원인 도시 기인…도시민·농민 힘 합쳐 일터·휴양지 겸비한 고소득 농촌 일궈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3-15 21:04: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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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마다 '자살' 소식이다. 해고통보에 자살, 억울해서 자살, 비관해서 자살, 우울증으로 자살, 빚 많아서 자살, 돈 없어서 자살, 화가 나서 자살, 싸우고 나서 자살…. 이런 소식 틈틈이 사건, 사고, 범죄가 이어진다. 그리고는 경제가 불황이라고, 앞으로도 조심하라고 온통 을러대고 겁주는 뉴스들이다. 그런 뉴스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릴케의 '말테의 수기' 한 구절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시로 오지만, 사실은 죽으려고 매일 몰려드는 것 같다"는 구절 말이다.

20세기 초의 파리에서 말테는 매일 파리의 거리를 방황하며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돌아와 일기처럼 기록했다. 그때 그가 한 말은 요즘의 우리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며, 그것만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라고 적었으니까. 그 당시 유럽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농촌에서 토지를 잃고 생활 터전으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이 기대감을 안고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도시의 현실은 비참했다. 살고 싶어서 왔지만 도시에서 겪는 것은 질병 가난 굶주림 범죄, 이런 것뿐이었으니까.

20세기는 도시화와 기계화를 통해 자본주의 문명이 가속화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도시화는 농촌을 버려둔 지역으로 만들었고, 기계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일터에서 밀어냈다. 도시화하고 기계화하는 것만이 새롭게 잘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우리는 믿었다. 하지만 우리가 겪은 것은 도시에서는 현금이 떨어지는 순간 살 길도 끊긴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노동자가 '해고통보'에 그토록 민감하게 양 극단, 자살로 죽거나 죽여서라도 뺏거나 하는 양 극단의 유혹에 직면하게 되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 점에 빠르게 대응하여 6조 원을 서민 생활자금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다들 한편으로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의 동시에 6개월 뒤를 걱정한다. 6개월 이후 현금이 떨어지는 것 역시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절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점을 이미 온몸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농촌은 가난하더라도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도시의 삶처럼 '인간관계와 이해관계'에 극단적으로 민감하지는 않다. 의복이 남루하고 집이 새더라도 '먹고 사는' 것에는 기댈 자연이 있으며, 인간관계가 끊겨도 자연에 의지하여 고독을 벗할 수 있다. 극단적인 지옥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의 농촌으로 지금의 도시에서 길든 삶을 살던 사람이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농촌, 지금의 우리 고향은 떠나오면 못 잊어 가슴 아프면서도 막상 돌아가려면 돌아갈 엄두는 안 나는 곳이 되어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도시의 이해관계가 떠넘겨져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땅이 되어 있다. 지금의 농촌은 건강하려 해도 건강하기 힘든 구조 속에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 떠나온 땅이다. 못 잊어 돌아보면서도 이를 악물고 떠나온 땅인 것이다. 그것은 20세기 도시화 산업화 기계화가 남긴 그늘이다.

지금의 경제 불황, 그 속에 절망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도시인의 삶은 이제 다시 농촌에서 근본적으로 새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20세기 자본주의 문명에서 21세기의 생태주의 문명으로 하나의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다. 투기 대상으로서의 농토, 또 하나의 신도시 개발지역으로서의 농촌, 구태의연한 19세기 방식의 농촌, 농산물을 제값 받기 힘들어 농촌에만 가면 농촌총각이 되어 국제결혼 소개소에 등록해야 되는 농촌이 아니라, 첨단 농법에 생태 환경을 멋지게 갖춘 농촌, 도시민이 도리어 부러워하는 일본의 고소득 농촌, 농지와 휴양지가 공존하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도시와 농촌을, 도시민과 농촌민을 함께 구제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멀리 자연을 떠나와 있다. 급수 제한 불편으로 발을 구르지 않는 한 봄비를 귀찮아하고, 벚꽃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자연 친화라고 착각한다. 아, 그 삶의 얄팍함이란, 위기가 오기 전에도 이미 위기이다. 우리는 자연과 제대로 친해지는 삶을 찾아보자. 해마다 봄 가뭄과 6월 장마, 8월 태풍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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