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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 /박무성

숭례문 소실 산교육 효과 자신만의 문화재 가져보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2-04 20:52: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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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다.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지 벌써 1년. 지난해 2월 10일 일어난 방화사건을 보고 이 지면에 썼던 글('숭례문에서 희망 찾기')을 찾아서 다시 읽어봤다. 그새 남의 칼럼을 보는 듯한 생경함도 있지만 당시 상황이 소상하게 떠오른다. 일상에 쫓겨 묻혀 있었을 뿐 화마의 상흔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었나보다.

숭례문 복구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말까지 화재현장 수습과 준비를 위주로 한 1단계를 마무리한 데 이어 지금은 발굴조사·고증·설계 등 2단계 작업이 한창이다. 오는 11월 설계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3단계 복구작업에 들어간다. 당초 가장 우려했던 목재는 강원도 삼척에서 대경목(지름 70㎝ 이상의 특대재) 10주를 확보하고, 국민들이 기증한 소나무 중에 167주는 꽤 쓸 만한 것이어서 별 문제가 없단다. 다만 대목장 제와장 단청장 등 훌륭한 기술자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디서건 무슨 일이든 결국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문화재청은 2012년 12월께면 '이전보다 더 원래 모습에 가까운 숭례문'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숭례문은 불에 타 스러지고 난 이후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각종 지방자치단체 축제에서 숭례문 모형은 단골손님이 됐다. 지난해 10월 부산 국제건축문화제에서는 '과자로 만든 숭례문'이 선을 보였고, 지난달 서울얼음축제에선 숭례문 얼음조각이 최고의 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국내뿐 아니다. 올해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의 '주인공'은 숭례문이다. 이 축제 추진위원회는 해마다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눈조각 작품으로 재현하는데, 올 행사 테마가 숭례문인 것이다. 5일부터 삿포로 행사장 중앙에 가로 27m 높이 15m의 초대형 숭례문 눈조각이 전시돼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의 숭례문을 추억하게 된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많은 것을 남겼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다. 명지대 김홍식(한국고건축 전공) 교수의 말처럼 "우리 문화유산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재산, 우리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상속 재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숭례문은 '600년 역사'라는 시간의 무게와 '국보1호'라는 권위 때문에 우리가 가깝게 느끼고 사랑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10년 전 유럽을 돌면서 루브르박물관에 들렀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여행가이드는 마침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30대 늦깎이 유학생이었다. 그의 '루브르 가이드'는 이랬다. "루브르 소장품을 한두 달 만에 감상하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어느 한 작품이라도 '필'이 꽂히는 것이 있다면 루브르 감상은 성공한 것이다. 중·고교 미술시간에 도록 보고 배운 지식 다 잊어버리고 그냥 느껴보도록 하라. 그게 바로 내 마음속의 그림이다." 솔직히 그때 '필'이 꽂힌 작품은 없었다. 그 높은 명성에 주눅이 들 정도였던 '모나리자'조차 유리벽에 갇혀 답답했고, 오히려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몇 해 뒤 다시 들렀을 때도 루브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동안 경주 양북면 감은사 절터에 자주 들렀다. 마냥 허허로울 땐 감은사지 3층석탑을 찾아 잠시 머물곤 했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는 않았지만 기품이 있고 큰 덩치에 웅혼함을 느꼈던 것 같다. 동탑보다 서탑이 더 좋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출간되기 이전부터 알고 찾았으니 그의 현란한 수사에 물들지 않았던, 그야말로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이었던 셈이다.
이참에 저마다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 하나쯤 간직하면 어떨까. 토함산 석굴암 본존불상도 괜찮고,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도 좋을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이면 또 어떤가. 국보나 보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범어사 미륵전의 미륵불이나 금정산 남문처럼 수시로 가볼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마치 내 것처럼 바라보고 아껴주는 거다. 그리고 느끼는 거다. 세상이 어지럽고 마음이 심란할 때 그 유산을 마음속에 떠올려보면서 교감할 수 있다면, 소중한 존재를 음미하는 여유와 위안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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