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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가슴에 와 닿는 말 /하창식

머리~가슴 거리 멀다면 불행 가슴에 와닿는 말과 행동 절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1-02 19:48:4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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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초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일어난 미군 전투기 추락사고. 그 사고로 날벼락을 맞은 윤동윤 님은 온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윤동윤 님은 사고 조종사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후원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슬픔을 초월한 그 큰 용서와 사랑이 미국 국민들은 물론 우리들의 가슴에 작지 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 재미교포의 소식을 접하면서 어디선가 들었던 수수께끼 생각이 났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정답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다.

우리들의 삶에서 불가사의한 것 중의 하나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순간의 거리일 수도 있지만, 우주보다 더 먼 거리일 수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다.

연인들을 보라. 서로의 눈빛만 바라보아도 무시로 가슴 속에 타오르는 불꽃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은 순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법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또한 머리에서 가슴까지 순간의 이동거리로 공감을 일구어 낸다.

반면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한 채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가끔 보아왔다. 가슴 속에 사무친 아픔이 얼마나 크면 그럴까. 그렇게 안타까움을 느낄 때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가 때로는 영원보다 더 먼 거리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의 10대 뉴스 중 우리 국민들에게 기쁨을 준 소식 중의 하나는 이소연 박사의 우주여행이다. 10여일 동안 온 나라가 들썩하였다. 우주라는 곳이 비행기를 타고 뉴욕 가고 모스크바 가듯, 어디 쉬운 여행지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이소연 박사가 러시아 우주선 발사대를 떠나 우주정거장에 안착하고 다시 러시아 땅으로 귀환하는 데 불과 2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거리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다.

때로는 종교로 위안을 삼고 절대자에게 용서를 청하기도 한다. '화해, 용서, 양보' 등 세상의 착한 언어들이 머릿속을 휘돌아도, 가슴 속 응어리가 쉬이 지워지질 않는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간 내, 상대방에게 다가가서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가슴이 열린다면 그나마 다행이리라.

머리에서부터 가슴에 이르는 그 가까운 거리가, 영원보다 더 멀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윤동윤 님의 경우를 보면서 큰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어찌 용서뿐이랴. 위로 칭찬 배려 희망 사랑 신뢰 등등, 생각만 해도 우리 가슴을 저절로 따뜻하게 적셔주는 이런 말들은 머리에 떠오르는 그 즉시 우리 가슴에 '와' 닿지 않는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 측정 불가능한 거리를 어떻게 하면 이 세상 가장 가까운 거리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모두, '가슴에 와 닿는' 말만 하고 생각하며 행동하면 어떨까. 경제 위기를 비롯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어둡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때일수록 더욱 필요할 것이다. 내 입으로부터, 내 머리로부터, 내 손과 발로 말미암아 전달되는 가슴 따뜻한 감동들이, 먼저는 가족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전달되다 보면 이 사회 전체가 따뜻해지지 않을까.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우리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웃의 '가슴에 와 닿는'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로만 우리 사회가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따뜻한 생각을 하게 되면 기축년 세상의 햇살은 더욱 눈부실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를 이 세상 가장 가까운 거리로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해 첫 주간이다. 내 머리와 입을 깨끗이 씻는 의식부터 치러야겠다. 이웃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수 있는 그런 말들만, 내 세치 혀로부터 나올 수 있도록….

수필가·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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