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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통의 진원지 '양치기 경제학' /이명원

권력에서 자유로운 '민중 경제학' 모색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2-08 21:21:1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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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층 심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정책당국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적 불신과 함께 1997년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몸소 체험한 시민들의 '학습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1997년 당시에도 정부는 '고통분담'을 시민들에게 요구했고, 또 우리들은 실제로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강림한 여러 형태의 고통을 감수했지만,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시장권력'의 강화 또는 '기업사회'로의 완전한 체제화였을 뿐이다.

또 다시 이 체제는 시민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풀뿌리 민중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중년 실업자의 가파른 증가, 저임의 단기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확대에 따른 노동의 일용직화,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심화되는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또다시 풀뿌리 민중들의 삶을 피난처 없는 쓰나미로 내몰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공적 자금은 시장 지배적 기업에 투입되는 것과 동시에, 중소기업의 몰락을 더욱 가열하게 촉진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헛된 이상을 연일 역설해 화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 그 구호는 대개 상투적인 것이어서 '위기가 기회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자' '오히려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등 도대체가 낡은 구호들로 충만하다.

무책임한 정부의 선동도 문제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정부를 이론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의 무능과 궤변도 생각해 볼 문제다. 1997년의 외환위기 당시에도 나온 비판이지만, 한국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파국 바로 직전까지도 한국경제의 승승장구를 예찬하는 거짓 선지자들이었다. 막상 위기가 현실화되자 이들은 줄줄이 고해성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학문적 무능을 분식하기에 급급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난 지금, 또다시 우리들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의 태도와 전혀 변한 것이 없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혼란스러운 언사들이다.

오늘의 풀뿌리 민중 대다수가 주류경제학자들의 발언이나 정책당국의 신호에 반응하기보다는 미네르바를 포함하여 인터넷 상의 경제논객에 더 신뢰감을 갖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이들의 진단이 '정치권력'이나 '시장권력'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풀뿌리 민중의 현실에 '사심 없이' 밀착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자들과 정책당국이 지난 1년 동안 온갖 정책적 수단과 대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는 없다'고 역설한 것이나, 이른바 '선제적 정책'을 가동했으므로 한국경제는 문제없다고 말한 허풍을 믿는 사람은 그들 자신을 빼고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 빗나간 예측의 파노라마는 어째서 가능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진실은 간명한데 그것은 이들의 주장과 예측 '기업경제론' '시장권력 유지론'의 시각에서 생성된 이론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이라는 구조와 초국적 기업경제의 유지라는 목표가 중요한 것이지 풀뿌리 민중의 자립과 자치,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에는 하등 관심이 없다. 풀뿌리 민중의 입장에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가경제를 살리자'라는 말 대신 '풀뿌리 민중을 살리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경제란 그런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단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기업사회'의 선교사가 되어 있는 주류경제학적 도그마와는 그 시선이 다른, 풀뿌리 민중의 자립과 자치를 가능케 할 '민중경제학' 또는 '자립적 순환경제학'의 논리와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경제학자들이 집단적으로 등장해야 한다.

기업이나 정부의 연구용역비에 '매수된' 경제학자가 아니라,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자립과 자치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진짜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 경제학자들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양치기 경제학자'들의 치명적 거짓말에 거듭 속으면서도, 고통이란 고통은 죄다 떠안았던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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