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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각 아닌 조각 필요한 때 /탁석산

박근혜 의원 끌어안아 정치적 위기 먼저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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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8-11-26 21:03:0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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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의원이 미국 국무장관직을 맡을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오바마 당선자와 만나서 인사권 등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링컨처럼 라이벌을 등용함으로써 포용의 정치를 펴고 있다고 본다. 한편 링컨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으므로 오바마의 시도가 과연 성공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에 신경 쓸 이유는 별로 없지만 힐러리 등용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국내 정치 상황과 뭔가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른 라이벌이었지만 깨끗이 승복한 후에 적극 유세에 나섰는데 이는 힐러리와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오바마의 힐러리 등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박근혜 의원 홀대와 대조된다.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내각에 등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당은 과반을 넘긴 거대 정당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에 걸맞은 힘은 갖고 있지 못하다. 숫자만 많았지 일을 추진하기에는 결속력이 없어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소위 박근혜계와 화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 결합은 있으나 화학적 결합이 없는 것이다.

요즈음 개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연말 개각을 통해 경제팀을 재정비하고 분위기를 일신하여 내년에는 개혁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을 놓치면 개혁은 실제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있으면서 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위해 돌파해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설이 간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말 개각은 없으며 취임 1년이 되는 내년 2월 이후에야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나는 이런 개각 논의는 본질과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장관 몇 명 바꾼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는가. 또 대통령과 좀 더 친밀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선다고 해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은 지엽적인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여당부터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의원을 총리로 기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이 위기 상황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위기는 한국이나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거의 모든 나라에 해당된다. IMF외환위기 때에는 미국이나 유럽은 위기 상황이 아니었기에 한국을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어렵다. 누가 누구를 돌볼 상황이 아니다. 외부의 원조나 힘이 아닌 우리 자신의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여러 경제 정책이 쏟아지고 있고 국민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그보다 정치가 먼저 할 일을 해야 한다. 아직도 월박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둔감하다는 증거이다.

경제 정책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집안에 위기가 닥쳤는데도 여전히 집안싸움에 골몰하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해봐야 소용이 없다. 한마음이 되는 것이 먼저이다.

정치를 흔히 생물체에 비유한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앞서 박근혜계를 포용하는 것이 화학적 결합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화학적 결합은 생물학적 변이를 일으킨다. 단순히 화학적 결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으로 다른 생물학적 존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가 문제해결에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면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만 한다.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닌 생물학적 변신이 가능한 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힐러리와 박근혜 의원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거나, 오바마는 링컨이 아니라거나,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는 반론도 정치가 생물체라고 한다면 별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어떤 새로운 생물체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생물체는 언제나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는다. 자기편끼리 자리를 주고받는 부분 개각을 하지 말고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날 만한 조각을 시도하여 새로운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개각이 아닌 조각이 필요한 시기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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