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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수도권 완화' 해봤어? /변영상

국가균형발전 살아있는 10년…하루 아침에 묵살할텐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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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8-11-05 21:04:1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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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 한 유력 중앙언론에 이런 기사내용이 실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실물경제를 살리려면 서울에 첨단산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 참모들이 지방 반발을 우려해 건의를 뒤로 넘기는 게 좋겠다고 했으나 대통령이 '경기 회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게 옳고 욕을 먹더라도 할 건 해야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을 골자로 한 규제완화 조치는 이런 배경 속에서 대통령이 추진을 지시해 이뤄진 것이라고 언론은 밝혔다. MB의 과단성을 넌지시 치켜세우는 그런 맥락이었다.

물론 대통령과 서울시장 간의 면담 한번으로 비수도권에서 그렇게 반대해온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간 경기도 등 단체장들이 규제를 풀어달라며 투쟁하듯 목청을 높였고, 중앙언론들도 MB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수도권 끌어안기를 거들었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여야 나라가 산다며 수도권 역차별, 수도권 내 불균형 발전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 달 전 정부가 입법예고한 '지역발전특별법'이라는 법명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전면 개정안'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서곡이었음이 명명백백 드러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맞설 수밖에 없는 개념인 '국가균형발전' 용어를 삭제하고 '지역발전'에 국한한 이유가 있은 것이다.

국토이용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수도권 규제완화의 폐단은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왜 균형발전을 저해하는지, 지방 살리기에 역행하는 조치인지 공박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그만큼 국가균형발전과 분산, 분권의 문제는 오랜 시간을 거쳐 진행돼온 시대의 흐름이자 거스를 수 없는 핵심 가치였기 때문이다. 이 현안에 관한 한 부산은 줄곧 전국을 주도해 왔다. 지방 차원에서 본격 동력을 싣는 계기가 된 지방분권부산운동본부(현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가 창립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망국적인 중앙집권·수도권집중체제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모태는 2000년 출범한 지방분권과 자치를 위한 전국시민행동이다. 민·관·학·언론의 총체적 힘이 결집해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 신행정수도 건설 등 3대 특별법이 참여정부 때 비로소 법제화된 것이다. 그 이전의 논의까지 꼽자면 뚝 잘라도 10여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치단체와 학계, 시민단체 차원의 토론회 세미나 워크숍이 있었겠는가. 참여정부 땐 균형발전·분권 업무를 전담하는 과, 계, 팀 단위의 부서가 전국 시도에 만들어졌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등을 위한 조직은 지금도 있다. 기자도 3대 특별법 제정 당시를 전후해 2년간 부산시청을 출입하면서 빠지지 않고 챙긴 사안이 바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문제였다. 이를 갖고 시장은 물론 국·과장과 토론을 한 기억도 있다. 지자체 NGO 학계 등 각계에서 쏟아낸 보고서나 정책집 등 자료도 실로 방대했다. 이 정부 들어 걸핏하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잘못을 지난 정부에 떠넘기고 있지만 균형발전·분권 문제만큼은 갓난아기가 한해 다르고 두 해 다르듯 커 온 살아있는 10년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중차대한 사안을 MB 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유지되던 수도권 규제를 풀고 법까지 고치면서 일거에 짓뭉갰다. 그것도 비수도권 단체장과 대척점에 있는 서울시장의 건의가 '마이웨이 결단'을 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아닌가.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이 소요된 균형발전의 가치를 이렇게 가볍게 훼손할 수 있는 것인가. 청계천을 뜯어고칠 때 MB 의 뚝심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는 해봤어?라는 하나의 물음을 지방민에게 던지며 10년 논의를 묵살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루아침에 대형 국책사업을 변경해 버린다면 다음 정권에서 '5+2 광역경제권' 구상 역시 같은 이유로 폐기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말도 안 통하고 법까지 무시하는 상황에서 남은 것은 뭔가. 행동뿐이질 않는가. 지방민이 총 궐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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